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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크릴아마이드

입력
2018.04.02 16: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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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안정적 거래를 위해 유엔이 제안한 국제커피협정에 따라 설립된 국제커피기구(ICO)라는 조직이 있다. ICO는 커피 소비량도 집계하는데 지난해 7월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는 룩셈부르크다. 놀랍게도 1인당 하루 27잔이고 그 다음이 핀란드로 12잔, 이어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덴마크가 9잔, 스위스 8잔, 스웨덴 독일 벨기에 7잔 순이다. 수출국 가운데는 브라질(6잔) 코스타리카(5잔)가 많은 편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하루 2, 3잔 정도다. 한국은 커피 소비가 급증했다지만 아직 하루 1잔 수준이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카운티 고등법원이 최근 스타벅스 등 커피회사들에 판매 커피에 “암 경고 라벨을 붙이라”고 판결했다. 커피를 오랫동안 마시면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정부기구가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커피 회사들이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적 화합물의 위협이 미미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다”고 결론지었다. 다음 차례로 그동안 경고문을 붙이지 않은 커피 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를 배상할지 공방이 벌어진다는데, 소송액이 최소 100억달러(10조6,000억원) 규모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 문제의 화합물은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다. 아스파라긴이라는 아미노산과 포도당이나 과당 등 일부 당류가 함께 120도 이상의 열을 받아 생겨난다. 아스파라긴이나 당류는 보통 식재료에 흔해 조리를 하면 대부분의 식품에서 이 물질이 생겨난다. 2002년 스웨덴의 연구소가 처음 발암 가능성을 보고했고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우려 물질”인 ‘2A’로 분류했다. 각국 보건 당국도 저감 대책을 시행 중이다.

▦ 다만 일상적 음식물 섭취로 이 화합물에 따른 발암 가능성이 있느냐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여러 역학조사가 진행됐지만 암 위험을 높인다는 결과가 나온 것은 2007년 네덜란드 보고서뿐이라고 한다. 아크릴아마이드에 따른 커피의 발암 가능성을 알아서 나쁠 것은 없겠으나 그보다 많이 마셔서 생길 카페인 부작용이나, 커피를 피한다고 탄산음료를 더 먹을 경우의 당분 과다 섭취를 걱정하는 게 몸에 더 이로울 것 같다. WHO가 권장하는 카페인 하루 섭취량은 300㎎ 이하로, 아메리카노 2잔까지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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