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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TV토론 사회자

입력
2017.04.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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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는 뜬금없이 사회자를 문제 삼았다. 1차 토론 사회자로 NBC방송의 앵커 레스터 홀트가 낙점되자 “정말 끔찍하다. 사람들은 사회자가 트럼프를 몰아붙이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했다.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CNN방송의 간판 앵커 앤더슨 쿠퍼에 대해서도 “그가 사회자라도 참석은 하겠지만 그래도 쿠퍼는 안된다. CNN은 클린턴 방송회사나 마찬가지이고 쿠퍼는 공정할 수 없는 사람이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대선주자들이 토론 사회자에 얼마나 민감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 홀트는 TV토론 후 혹독한 비난에 시달렸다. “홀트가 헛발질을 했다” “토론장엔 후보만 있고, 사회자는 없었다”는 등 언론은 융단폭격을 했다. 인신공격과 성차별, 막말을 일삼은 두 후보보다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한 사회자를 더 탓하는 듯 했다. 토론 전 “화분(花盆)은 되지 않겠다”고 한 다짐이 무색하게 두 후보의 정치공세에 수동적으로 끌려간 홀트가 사회자에게 요구되는 ‘팩트 체킹’ ‘쟁점 추궁’ 등의 임무와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TV토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지대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 반면 3차토론 사회자인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후보들의 난타전 속에서도 논쟁을 주도해 “토론의 진정한 승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수 차례 집요하게 되물은 “대선 패배 시 승복하겠느냐”는 질문에 트럼프가 내놓은 “그때 가서 말하겠다”는 불복 암시성 대답은 선거판의 최대 쟁점이 됐다. 앞선 민주당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사회자인 쿠퍼는 후보들이 쟁점을 회피할 때마다 “의원님, 답변해야 합니다”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라는 말로 후보들을 끈질기게 압박했다.

▦ 얼마 전 열린 우리의 대선후보 2차 TV토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미국식의 스탠딩 방식을 도입해 역동성 있는 토론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말싸움, 색깔론, 일방적 폭로로 끝났다. 이렇게 된 데 대해 후보난립, 시간총량제 등 여러 문제점이 제기됐으나 사회자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다. 애초 사회자에 거는 기대와 역할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인지 모르겠으나 그렇다면 큰 문제다. 극한의 경쟁을 벌이는 후보자들의 심리상 TV토론은 과열과 감정싸움에 치우칠 공산이 크다. 그럴 때 이를 적절히 통제할 사람은 사회자밖에 없다. 장식 화분 같은 사회자는 더 이상 안 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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