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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기자

등록 : 2017.09.13 04:40
수정 : 2017.09.13 14:10

노동법 위반에 날카로워진 고용부

등록 : 2017.09.13 04:40
수정 : 2017.09.13 14:10

작년 최저임금 위반 처벌 1% 불과

“노동 존중” 문재인 정부 기조 따라

미온 대처에서 엄정 대응 기류로

관련 구속영장 신청ㆍ발부 늘어

노조법 위반 MBC 사장 체포영장

“분위기 달라졌다” 현장도 체감

건설업자 이모(49)씨는 2014년부터 3년간 경기 일대 건설현장에서 목수 등 인부들을 모집한 뒤 상습적으로 이들의 임금을 체불했다.

잠적과 범행을 반복하는 동안 각 지역 고용노동부 지청들로 신고가 빗발쳤지만 해당 지청들은 개별 신고 액수가 적은 탓에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23명의 임금 4,600만원이 체불됐다. 올 6월 고용부 경기지청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사건들을 파악, 본격 수사에 나섰다. 휴대폰 사용 기록을 토대로 이씨의 소재를 알아내 체포한 뒤 결국 구속했다. 경기지청 관계자는 “액수만 따지면 큰 사건은 아니지만 죄질이 불량해 엄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내부 의견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 노동법(근로기준법ㆍ노조법ㆍ최저임금법 등) 위반으로 구속된 건수는 24건으로 작년 연간 구속건수(17건)를 이미 훌쩍 넘었다. 일선 고용청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건수 역시 올해 42건(8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36건, 2015년 41건보다 많다. 정권 교체 전후로 엄정 대응 기류가 형성됐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고용부는 노동법 위반 사건에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면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2013~2016년) 시절 고용부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기소 의견 검찰 송치 비율은 연평균 19.9%에 그쳤다. 지난해 최저임금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도 전체 1,278건 중 1%(17건)에 불과할 만큼 저조했다. 하지만 ‘노동 존중’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고용부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국 지방관서에 부당노동행위 전담 부서를 두도록 했고,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업체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대책도 내놨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 위반 시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용부의 이런 변화는 최근 MBC 사건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부는 지난해 1월 MBC 노조 측의 특별근로감독 요청에 침묵했지만, 정권 교체 뒤인 올 6월 두 번째 요청은 적극 받아들이며 감독에 착수했다. 특히,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은 노조법 위반으로는 올해 처음이었다. 지방 한 고용청의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관)은 “최근 노동법 위반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면서 현장에서도 체포영장 등을 자신 있게 신청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고용부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 정권의 기조가 노동자의 권리를 세운다는 쪽으로 정해진 만큼 고용부가 현재 같은 강경함을 밀고 나갈 가능성이 높다”라며 “지금껏 제대로 손대지 못했던 대기업에 대한 감독은 물론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사업장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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