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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지방분권과 광역통합 필요하다

입력
2016.01.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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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 무풍지대에 있는 기관은? 답은 ‘정부’다. 투표는 집권당을 바꾸는 것이지 정부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정부에 경쟁을 도입할 순 없을까? 시ㆍ도들 간에 서로 주민과 기업 모으기 경쟁을 붙이는 것이 답이다. 이를 위해선 시ㆍ도가 자율적으로 교육, 주택, 사회보장 등 재정과 정책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고보조금은 용도가 칸막이 쳐 있어 자율의 여지가 없다. 지방이 재량껏 쓸 수 있는 예산 비중을 나타내는 재정 자주도는 2012년 77.2% 이후 계속 떨어져 2015년에는 68%에 그친다. 또 지방정부는 사소한 판단조차 중앙에 물어 해결한다. 국토부 건축과는 그 질의에 답하는 것이 주 업무다. 시킨 일만 하는 지방정부로는 희망이 없다. 지방분권이 되어야 창의가 살아 지방의 경쟁력과 주민 만족도가 올라간다.

최근의 누리과정, 청년수당 논란도 중앙이 지방정부에 총액을 지원하고 지방이 그 안에서 알아서 쓰도록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노동개혁 등 국가적 개혁이 쉽지 않은데 광역마다 알아서 하면 어떨까? 미국은 주마다 최저임금, 정리해고 통보 시점이 다르다. 또 지방분권은 인재를 지방으로 끌어 들여 지방의 역량을 높이고 결국 수도권 집중을 완화시킬 것이다.

대통령 5년 단임제가 문제로 거론되는데, 단체장 임기는 최대 12년이므로 대통령 중임제 개헌 없이도 지방분권으로 문제가 해결된다. 나아가 지방분권이 되어 있어야 북한 주민도 통일을 쉽게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중앙정부는 광역 간 불균형 해소, 재정 파탄 광역에 책임 묻기, 광역 간 이견 조정에 힘써야 할 것이다.

지금까진 지방분권보다는 중앙집권이 유리했다. 우리는 전국적으로 최선의 입지를 골라 산업을 배치하고 인프라를 깔았다. 부족한 자본을 잘 쓰기 위해선 이런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그러나 선진국이 되면 삶의 질, 정치 참여 등이 중시되므로 지방정부에 힘이 실리게 된다. 주민이 원하는 것을 지방이 더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1인당 GDP와 인구가 모두 많은 미국, 독일, 일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지방분권이 크게 앞서 있는데 그 분권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배워야 할 유럽의 우등생 독일은 대표적인 지방분권의 나라이다. 우리는 국토가 작긴 하지만 인구는 지방분권 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보다 면적이 작지만 연방제까지 하는 나라도 많다.

지방정부의 적정 규모는? 2015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경쟁력은 세계 26위이다. 상위 25개국 중 14개국이 인구 1,000만이 안 된다. 반면 그 14개 중 인구 400만이 안 되는 나라는 룩셈부르크와 카타르뿐이다. 즉 작은 규모가 경쟁력에 불리하진 않으나 너무 작아선 곤란하다는 시사점이다.

반면 우리는 서울과 경기도만 400만을 넘긴다. 광역단체의 자생력을 위해선 광역 간 통합이 필요하다. 제주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서울, 인천+경기남도, 경기북도+강원도 등 8개 광역으로 통합하는 방안은 어떨까. 그러면 제주를 뺀 모든 광역단체가 480만~1,200만명으로 경쟁력 갖기에 딱 좋은 규모가 된다. 연방제는 개헌이 필요해 사실상 어렵지만 지방분권, 광역통합은 개헌 없이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 역시 무척 어렵다. 우선 시ㆍ도지사와 도청 소재지가 반으로 준다. 또 지방분권이 되면 대통령, 중앙공무원, 국회의원 모두 지방에 권한을 양보해야 한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방분권에 가장 열심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6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적극성이 떨어졌다. 차기 대통령은 2018년 2월 취임하여 몇 달 후 정치적 허니문 중 지방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간 유일한 여당 승리 지방선거가 열린 1998년을 연상시킨다. 지방분권의 호기이다. 2018년 지방선거에 대비해 지방분권을 확대하면서 광역통합 논의를 시작하자.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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