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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라이프] 자동차 강판시대… 10원 동전 크기로 10톤 견디는 ‘초고강도 강판’시장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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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 라이프] 자동차 강판시대… 10원 동전 크기로 10톤 견디는 ‘초고강도 강판’시장 선도

입력
2017.06.1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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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R&D센터 강재성형실험동 가보니

운전석 강판은 운전자 보호위해 형체 탄탄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

차량 앞부분은 충격 전달 방지 주름 겹겹이 지며 잘 찌그러져야

초고장력 강판, 경량화에 큰 역할

신형 크루즈는 중량 77kg 줄여

전기차 배터리ㆍ모터 탓 중량 높아

감량 필수… 전용 강판도 고안중

인천 연수구 송도동 포스코 글로벌R&D센터 내 강재성형실험동에서 강판의 강도를 측정하는 고속충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동 포스코 글로벌R&D센터 내 강재성형실험동에서 강판의 강도를 측정하는 고속충돌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포스코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동 포스코 글로벌R&D센터에 한국지엠 신형 크루즈와 크루즈의 차체가 전시돼 있다. 한국지엠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동 포스코 글로벌R&D센터에 한국지엠 신형 크루즈와 크루즈의 차체가 전시돼 있다. 한국지엠 제공
다음달 출시할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는 차체 구조의 85%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구성했다. 랜드로버코리아 제공
다음달 출시할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는 차체 구조의 85%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구성했다. 랜드로버코리아 제공

인천 연수구 송도동 포스코 글로벌R&D센터 내 강재성형실험동에 들어서자 사이렌과 함께 큰 충돌음이 들렸다. 강판의 강도를 측정하는 곳인 만큼 철강끼리 부딪치는 일이 잦다는 점을 감안해도 상당한 굉음이었다. 차량에 사용되는 강판을 40㎝ 길이로 제작해 충돌차가 시속 40㎞로 달려와 충돌하는 시험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리였다. 충돌 후 시험용 강판은 여러 주름을 남기며 찌그러졌다. 하지웅 포스코 책임연구원은 “주름이 겹겹이 져 실험은 성공적”이라며 “차량 앞부분에 쓰이는 재료인 만큼, 운전자에게 충격이 전달되지 않도록 잘 찌그러지는 게 이 강판 개발의 주목적”이라고 말했다.

유압식 고속충돌시험기 옆에는 강판이 여럿 나열돼 있었다. 방금 시험처럼 균일하게 구겨진 강판도 있었으나, 일부만 우그러졌을 뿐 모양을 거의 유지하고 있는 강판도 있었다. 하 연구원은 “운전석에 쓰이는 강판은 운전자 보호를 위해 형체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1㎟당 100㎏의 하중을 견디는 기가스틸이 개발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차량 경량화 바람을 타고 차체 골격에 쓰이는 소재인 강판 성능향상에 대해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기존보다 높은 강도를 갖췄지만 무게는 더 가벼운 신소재 철강 개발이 이뤄지면서 가격이 높은 알루미늄 등 기존 경량소재를 속속 미뤄내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글로벌R&D센터 내에 강재성형실험동은 지난달 문을 열었다. 맞춤형 강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세계 15위권 완성차 업체에 약 900만톤(2016년 기준)의 강판을 공급한다. 5년 전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과거 철강제품보다 강도와 연성이 향상된 강재개발이 이뤄진 덕이다. 김동진 포스코 철강사업본부 수석연구원은 “10원짜리 동전 크기로 10톤을 견딜 만큼 강도가 높은데도, 차량을 제작하는 성형성도 좋은 차량 강판이 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강판은 차량 부위마다 요구되는 강성이 다르므로, 다양한 종류가 필요하다. 강판은 인장강도에 따라 크게 저강도강(LSS)과 고강도강(HSS), 초고강도강(UHSS 또는 AHSS)으로 나뉜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주행성능 및 연료 효율성 향상을 위해 경량화에 주력하고 있어, 기존 강판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은 고강도강 이상 강성의 수요가 급증세에 있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초고장력 강판 사용 비율을 높였다고 홍보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초고장력 강판의 경우 AHSS급인 인장강도 590MPa(60㎏/㎟급) 이상을 지칭한다. 1㎟ 면적당 60㎏ 이상의 힘을 견뎌야 한다는 의미이다.

초고장력 강판은 경제성을 중시하는 국내외 경차에 주로 쓰인다. 알루미늄과 초고장력 강판은 재료비에서 3.5배, 가공비용은 2.1배 각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다 높은 출력에, 고연비를 요구하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굳이 비싼 알루미늄 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만족스러운 효과를 볼 수 있는 소재인 셈이다. 지난 1월 선보인 신형 크루즈의 경우 초고장력 강판을 포함한 고장력 강판 비율을 기존 59%에서 75%로 늘린 덕에 차량 중량을 77㎏ 감량할 수 있었다. 한국지엠(GM) 관계자는 “초고장력 강판은 강성이 높아 급정거나 코너링 시 차체가 비틀리는 것을 방지해준다”며 “일반 강판보다 같은 힘을 지탱해주더라도 무게는 훨씬 가벼워 경량화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강판 진화는 친환경차량 등장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친환경차량의 한 종류인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없는 배터리와 모터 장착으로 상대적으로 중량이 높을 수밖에 없어, 이를 소재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동진 포스코 수석연구원은 “차량 무게가 주행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전기차는 감량이 필수”라며 “전기차 전용 강판도 고안 중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차체에 초고장력 강판을 적용한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일반 강판에 비해선 강도는 높지만 마그네슘, 알루미늄,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등의 신소재보다는 여전히 무겁기 때문이다. 유럽 고급차 제조사들이 초고장력 강판은 강성이 필요한 부분에만 최소화하고 신소재를 이용한 부품 경량화에 주력한다. 다음 달 출시할 올 뉴 디스커버리의 경우 차체 구조의 85%를 알루미늄 합금으로 구성하면서도 강성을 유지해, 이전 세대 모델보다 중량을 450kg 줄였다. BMW 7시리즈 역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알루미늄 합금 사용을 늘려 기존보다 130kg 감량했다.

여동훈 한국지엠 기술연구소 재료시험팀 부장은 “신소재를 적용하려면 복잡한 성형기법 등 제작기술이 있어야 하고, 재료비 또한 높아 고가 차량에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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