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주관하는 시리아 휴전협정을 목전에 두고 정부군과 반군의 점령지 쟁탈전이 격화하고 있다. 양측 모두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총력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하지만 반군 측에 쿠르드족을 포함시킬지를 두고 주변국 간 힘겨루기까지 겹친 상황이라 자칫 판 자체가 깨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군의 최후 공세에 반군은 “협상 보이콧”
5년간 이어져온 시리아 내전을 정치적 해법으로 풀려는 이른바 ‘제네바 3차 회담’은 오는 29일부터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담당 특사는 26일(현지시간) “반정부 측 인사들에게 회담에 참가하라는 초청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유엔 주관하에 스위스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리게 될 이 회담은 전면 휴전과 과도정부 구성, 헌법 개정 등을 거쳐 18개월 안에 총선을 치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휴전협정이 임박해질수록 내전은 되레 격화하고 있다. 정부군은 지원 공습에 나선 러시아 공군 및 이란을 등에 업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과 함께 총공세를 펴면서 반군이 점령한 요충지를 잇따라 탈환하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등은 이날 정부군이 남부 다라주에서 한달 가까이 이어진 치열한 교전 끝에 반군의 거점 중 하나인 셰이크미스킨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셰이크미스킨은 수도인 다마스쿠스와 정부군이 장악한 스웨이다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다. 반군은 이에 따라 다마스쿠스 외곽의 점령지와 연결된 공급선이 차단됐다.
정부군은 지난 24일에도 터키 접경지역인 라타키아주의 라비아를 탈환했다. 라비아는 내전 초기부터 반군이 점령해온 곳이다. 반군은 북부지역의 전략적 거점으로 꼽히는 아들리브를 방어하기 위해 라비아에서 조직적으로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군은 지난주에도 터키와 접경한 살만 마을을 탈환하는 등 지난해 9월 러시아의 군사 개입 이후 점령지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조지프 던포드 미국 합찹의장은 “러시아의 군사 개입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으며 정부군 장악 지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열세에 몰린 반군 측은 러시아의 공습 중단을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강력 반발했다. 반정부 측 대표단인 ‘최고협상위원회’의 살림 알무스라트 대변인은 “당장 공습이 중단돼야 하고 정부군이 포위한 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도 허용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요 반정부 단체인 시리아국민위원회(SNC)의 칼레드 코자 대표는 러시아와 이란을 평화회담 방해 세력으로 규정하며 협상 보이콧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반군 측은 이날 사우디 리야드에서 회동해 회담 참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쿠르드족 협상 참가 놓고 관련국간 힘겨루기
이런 가운데 반정부 측 협상단에 쿠르드족 정치세력인 민주동맹당(PYD)의 참여 여부를 두고 주변국들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상황은 더 꼬이고 있다. 시리아와 인접한 터키는 PYD를 자국의 쿠르드족 반군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시리아 내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며 협상 참여를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메블류트 차부쇼울루 터키 외무장관은 “테러조직이 시리아 국민을 대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러시아는 PYD의 참여를 강하게 요구했고, 미국도 PYD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연두 기자회견에서 “PYD를 회담에서 배제하는 건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미국도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PYD가 최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PKK와는 별개 조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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