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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한대수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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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보위 그리고 한대수의 목소리

입력
2017.07.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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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화를 외치는 '히피문화의 선구자' 한대수는 "세상이 테러로 혼란스러워 평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자유와 평화를 외치는 '히피문화의 선구자' 한대수는 "세상이 테러로 혼란스러워 평화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가수 한대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걸걸한 목소리다. 노래 ‘물 좀 주소’에서 그의 “목마르오”하는 외침을 듣다 보면, 마른 땅이 쩍 갈라지는 듯하다. 그런 그가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 동화로 오랫동안 사랑 받은 공연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9일ㆍ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해설자로 나선다. ‘포크록의 대부’는 무대에 직접 올라 목소리로 극을 이끈다. “괴짜 ‘할배’의 막걸리 마신 듯한 목소리가 우스꽝스럽지 않을까요?” 아이들이 한대수의 목소리를 무서워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노장은 이렇게 말하며 크게 웃는다.

한대수가 출연하는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어린이를 위해 1936년 쓴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가 원작이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멀티미디어 그룹 자이언츠 아 스몰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난 5월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내셔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첫 공연을 했다. 피터가 동물원에서 탈출한 늑대를 잡기까지 벌어지는 일을 애니메이션과 오케스트라 연주 등으로 꾸리는 복합 공연이다.

이 무대를 위해 미국에서 귀국한 한대수는 최근 서울 신촌의 한 커피숍에서 기자와 만나 “양호를 위해 출연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며 웃었다. 백발의 ‘히피 아빠’는 ‘딸바보’다. 한대수는 딸 양호를 치열한 경쟁 사회인 한국에서 교육을 하는 게 불안해 지난해 미국 뉴욕으로 거처를 옮겼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등ㆍ하교를 책임지고 그의 숙제를 봐 주는 게 아버지 한대수의 요즘 낙이란다.

전위와 저항적 이미지가 강한 한대수이지만, 클래식은 그의 음악적 뿌리다. 한대수는 대학에서 바이올린을 배운 할아버지와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 기어 다닐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접했다. 한대수가 태어난 1940년대 후반 그의 집에는 전축과 피아노가 있었다. 그런 한대수에 클래식은 “공기”였다. 자연스럽게 그의 창작에도 클래식이 영향을 미쳤다. 한대수는 “내 노래 ‘원데이’는 모리스 바벨의 ‘볼레로’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는 해설자 즉 이야기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연의 명성이 높은 만큼 여러 유명인들이 내레이터로 나서 화제가 됐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러시아 대통령 등 정치인을 비롯해 ‘글램록의 대부’ 데이비드 보위와 스팅, 배우 숀 코너리와 샤론 스톤 등이 해설자로 나선 바 있다. 한대수는 “아시아 음악인으로 해설자로 초대 받아 영광”이라고 말했다. ‘할리우드의 피터와 늑대’의 김인혁 음악감독에 따르면 원작 공연 제작진은 미국에서 지난 4월 한대수를 만난 뒤 목소리와 캐릭터에 반해 그를 이번 아시아 초연의 해설자로 낙점했다. 원작 제작진은 한대수의 노래에도 관심을 보여 그의 노래 ‘고무신’도 공연에 삽입하기로 했다. 한대수는 “클래식도 친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바랐다.

공연을 마친 뒤 한대수는 당분간 서울에 머문다. 양호가 방학을 맞아 두 달 여의 시간이 생겨서다. 한대수는 딸과 함께 서울로 왔고,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딸에 전화했다. 딸의 이름을 빗대 “오늘 인터뷰 양호했습니까?”라고 농담을 던지는 그의 말에 늦둥이 딸에 대한 사랑이 가득 묻어났다. 한대수는 지난해 조지 마이클과 프린스를 비롯해 비슷한 연배인 보위가 세상을 갑작스럽게 떠난 걸 보고 “너무 슬펐다”고 했다. “이젠 머리와 마음이 굳어” 창작이 어렵지만, 히피문화의 선구자인 그는 세계의 평화를 걱정했다.

“음악을 즐기러 공연장에 간 아이들이 (영국에서) 폭탄 테러로 세상을 떠난 건 정말 가슴 아프고 끔찍한 일예요. 요즘 테러로 세상이 불안하잖아요. 종교적인 이슈가 있지만, 음악인으로서 세상에 평화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혹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이끌 수 있는 음악적 프로젝트를 머릿속으로 꿈꾸고 있어요. 역시 화폐(돈)가 문제지만,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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