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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듣고, 화장 고치고, 전기차 충전까지...이색 편의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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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듣고, 화장 고치고, 전기차 충전까지...이색 편의점 '눈길'

입력
2017.04.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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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화장공간에 음악 감상시설, 전기차 충전에 세탁까지…편의점 무한변신

이마트위드미 예술의전당점 매장 한쪽에는 고객들이 클래식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시된 클래식 음반CD는 중소 음반판매사와의 상생차원에서 판매하지는 않는다. 이마트위드미 제공
이마트위드미 예술의전당점 매장 한쪽에는 고객들이 클래식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전시된 클래식 음반CD는 중소 음반판매사와의 상생차원에서 판매하지는 않는다. 이마트위드미 제공

#3일 저녁 지인과 만나기로 한 서울 서초동에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일찍 도착한 직장인 김경종(52)씨. 평소 같으면 인근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을 테지만, 이날 김씨는 예술의전당 음악당 안의 이마트 위드미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매장 한쪽의 휴게공간에 앉아 헤드폰을 쓰고 눈을 감았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소나타가 잔잔하게 흘러나왔다. 10년 전부터 클래식 음악에 심취해 매주 한 번씩 예술의전당을 찾아 공연이나 전시를 감상해온 그는 “커피숍에 가면 내 취향과 상관없는 음악이 나오지만, 이 곳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며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예술의전당을 자주 찾는 점을 잘 파악한 것 같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덕성여대 학생회관의 CU편의점에서 만난 덕성여대 4학년 강민영(25)씨는 매장 안에 대형 거울이 설치된 ‘파우더존’ 앞에 앉아 아이라이너로 눈매를 다듬고, 립스틱을 바르고 있었다. 이날 ‘맨얼굴’로 등교했던 강씨는 갑작스럽게 저녁 약속이 생겨 수업을 마친 뒤 급하게 편의점을 찾았다. 이용 고객 대부분이 여대생인 점을 고려해 학생들이 간단히 화장할 수 있는 ‘파우더존’과 옷을 갈아 입을 수 있는 ‘피팅룸(탈의실)’이 편의점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안에 학생들을 위한 파우더룸이 있지만, 물건을 사러 편의점에 온 김에 화장도 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CU편의점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의 ‘파우더존’. 여학생들이 대형 거울을 보며 화장할 수 있다. BGF리테일 제공
CU편의점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의 ‘파우더존’. 여학생들이 대형 거울을 보며 화장할 수 있다. BGF리테일 제공

편의점이 무한 변신 중이다. 상품을 판매하는 일반적인 매장 보다 클래식음악 감상, 탈의실, 미팅룸, 전기차 충전 등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이색 편의점들이 고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이마트위드미는 지난달 13일 클래식 음악 감상 시설을 갖춘 예술의전당점을 열었다. 예술의전당의 관객 편의공간(비타민스테이션)에 있는 위드미 매장에 들어서면 가요나 라디오 방송 대신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약 79㎡(24평) 매장 한쪽엔 고객들이 간단한 식사나 다과를 즐기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5개의 청음 시설을 마련했다. 고객들은 백건우, 조성진, 그리고리 소콜로프, 리처드 용재 오닐 등 국내외 유명 음악가들의 연주를 골라 들을 수 있다.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선영(32)씨는 “점심시간이나 오후에 혼자 커피 마시러 와서 10~15분 음악을 듣고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조주영 위드미 예술의전당점 부점장은 “일부 고객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가들의 음반을 틀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편의점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1,000여명으로, 일반 매장의 8배에 달한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CU편의점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은 전체 매장(330㎡)에서 휴게공간(180㎡)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상품 판매 공간보다 고객들이 쉬는 공간이 더 넓은 셈이다. 식사공간(60석), 학생들이 화장할 수 있는 파우더존(4석), 전신 거울이 설치된 탈의실, 회의용 테이블과 화이트보드가 갖춰진 스터디룸(3개) 등이 마련돼 있다. 덕분에 이 매장은 다른 CU매장 보다 미용 소품 매출이 최대 13배나 많고, 스타킹도 16배나 많이 팔린다.

신미진 CU덕성여대학생회관점 점장은 “하루 평균 방문객이 2,000명, 시험기간에는 2,800명에 달한다”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덕분에 고객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GS25 서귀대포점을 방문한 고객이 전기차 급속충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편의점 GS25 서귀대포점을 방문한 고객이 전기차 급속충전기로 배터리를 충전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지난해 6월 문을 연 GS25편의점 서귀대포점은 전기차 충전 편의점 1호다. 전기차가 다른 지역 보다 제주도에 많이 보급된 점을 고려한 것이다. GS25는 전기차 충전서비스를 도내 4개 점포로 확대했다. 한 달 7만원으로 무제한 충전이 가능한 월 무제한 요금제, 4만원(100㎾)과 3만원(80㎾) 요금제 등 할인 요금을 적용 중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15~30분이면 충전이 가능한 급속 충전기를 설치한 덕분에 전기차 보유 고객들이 하루 평균 10~20회 충전서비스를 이용한다”며 “전기차 보급 확대 추세에 맞춰 전국 GS25와 GS수퍼마켓으로 충전 설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월부터 서울 용산구 산천점에서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세탁 편의점’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와이셔츠, 블라우스 등 간단한 옷부터 집에서 빨기 힘든 점퍼, 코트, 신발도 세탁할 수 있다. 무인시스템으로 1년 365일 24시간 운영된다. 매장에 설치된 세탁물 회수기의 터치스크린을 통해 고객이 세탁물 종류를 입력하고 세탁물 투입구에 세탁물을 맡긴 후 접수증을 수령하면 된다. ‘맡긴 옷이 세탁돼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으면 고객은 편의점에서 결제한 뒤 옷을 찾아가면 된다. 세탁물을 맡기고 찾는데 평균 2일 정도 걸린다. 가격은 와이셔츠 990원, 운동화 3,500원, 정장 한 벌 5,200원 등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가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세탁서비스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서울 용산구 세븐일레븐 산천점을 방문한 고객이 매장에 마련된 세탁물회수기를 통해 세탁할 옷을 맡기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서울 용산구 세븐일레븐 산천점을 방문한 고객이 매장에 마련된 세탁물회수기를 통해 세탁할 옷을 맡기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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