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경 기자

등록 : 2018.05.20 17:44
수정 : 2018.05.20 21:18

[뒤끝뉴스] 여느 때보다 뜨거운 개식용 논란… 세 가지 법 때문?

등록 : 2018.05.20 17:44
수정 : 2018.05.20 21:18

16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육견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생존권 보장 집회를 열고 철창 안 개를 꺼내려고 하자 경찰들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는 도사견 여섯 마리가 좁은 철창 속에 갇힌 채 수시간 방치되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철창 속 개들은 영문도 모른 채 등 한번 펴지 못하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다시 되돌아갔는데요. 수백여명의 한국육견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벌인 시위에 개들을 동원한 겁니다. 개농장 주들은 케이지 앞에 ‘반려견으로 키우실 분은 무료로 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었고, 실제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구조를 시도했지만 방사를 염려한 경찰 관계자들의 제지 등으로 구조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개식용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개농장 주들이 연이어 개들까지 동원해 시위를 벌이는 등 개식용 논란은 연초부터 지금까지 여느 해 보다 뜨거운데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개식용은 그 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축산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누누이 지적해왔는데요. 이는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축하는 것부터는 불법이라는 얘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법이 모호하다 보니 개식용을 금지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했고, 이렇게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법적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동물 관련 법들이 개정되면서 직간접적으로 개농장에 압박이 되고 있습니다.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이 철창 밖을 바라보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제공

모란시장 최후의 업체는 건축법 위반

연초부터 논란이 됐던 계기는 경기 성남 모란시장 도살장 철거였습니다. 2016년 12월 성남시와 모란시장 상인들은 살아 있는 개들의 전시를 중단하고 불법적 개 도살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데요. 한 업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어 도살영업을 해왔고, 성남시는 근린생활시설로 등록한 이 업체가 무단으로 용도를 변경했다며 건축법 위반으로 철거명령을 내렸습니다. 업체는 행정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냈고 영업을 해왔는데 법원이 지난 17일 철거 집행을 취소해달라는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집행정지 기간이 1심 판결 선고가 날 때까지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성남시는 판결이 난 만큼 집행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소송을 맡은 서국화 피앤알 변호사는 “해당업체가 항소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성남시가 철거를 집행하면 이후는 이를 다툴 이익이 없다고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철거가 결정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1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육견단체협의회 생존권 보장 집회에서 참가자가 우리 안의 개를 풀어두려고 하자 경찰들이 이를 막고 있다. 뉴스1

개농장 무허가축사 연장 예외는 가축분뇨법 위반

이번에 육견협회들이 문제시 삼는 것은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가축분뇨법)’ 개정안입니다. 무허가 축사의 적법화 유예기간 연장 등이 담겨 있는데요 이후 국회는 심의를 거치면서 연장 대상에서 개농장을 제외시켰습니다. 무허가 축산 농가는 24일까지 가축분뇨법상 배출시설 허가(신고) 신청서를, 6월 24일까지는 적법화 이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이행계획서에 따라 농가별로 적합화에 필요한 이행기간을 6월25일부터 1년까지 부여하고, 이행과정에서 국공유지 매입 등 시간이 추가로 필요한 경우 기간을 추가 부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24일까지 배출시설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는 농가는 바로 가축분뇨법에 따른 사용중지 등 행정처분 대상이 됩니다. 법이 시행되면 무허가 개농장들은 당장 행정처분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야 말로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입니다. 이에 대해 동물권 단체 케어는 “이미 3년의 유예기간을 받았으며, 개농장은 환경오염 등을 유발하므로 육견협회가 주장하는 평등권 침해가 아닌 합리적인 차별”이라고 말합니다.

박소연 케어 대표가 16일 육견단체 관계자들의 집회에 맞서 개고기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케어 제공

철창에 구겨진 채 개를 운송하는 건 동물보호법 위반

개농장주들에게 압박이 되는 마지막 법은 바로 동물보호법입니다. 동물권 단체 케어는 지난 15일 새벽 2시 충청도에 위치한 개농장에서 코만 겨우 내밀어 숨 쉴 수 있을 정도의 철창에 개들을 구겨 넣고 경기 성남 도살장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6시간 이상을 그대로 방치한 개농장을 동물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행위로 고발키로 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8조 제2항 제4호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에 대해 학대행위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케어 대표는 “큰 개들을 이렇게 방치하는 행위는 개들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없도록 최소한의 움직임조차 제약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라며 동물보호법 위반이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법도 법이지만 개식용이 사양산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2005년 528곳에서 2014년 329곳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이제 모란시장에 남은 개 도축장도 철거를 앞두고 있고, 제기동 경동시장에도 개고기 판매 업소는 5곳이 남았다고 합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개고기와 보신탕을 먹지 않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동물권리단체인 동물해방물결과 미국 동물권 단체인 동물을위한마지막희망(LCA)이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81.2%가 “지난 1년간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개고기를 단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다’고 답한 이도 40.5%에 달했고, ‘개고기를 한때 먹었으나 이제는 먹지 않는다’는 이도 24.8%로 나타났습니다.

개식용 논란이 하루 아침에 종식되기는 어려울 지도 모릅니다. 육견협회는 앞으로도 또 다른 집회를 예고하고 있고, 1년 중 가장 많은 개가 도축되는 시기인 복날도 다가오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복잡한 문제임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갈등 해결을 위해서도 개식용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구멍이 숭숭 뚫린 뜬 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를 잔반만 먹이다 몸집만 키워 좁은 공간에 몸을 구겨 넣은 채 도축장으로 이동시켜 도축하는 방식은 적어도 이제 사라져야 하지 않을까요.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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