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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군중심리 악용한 댓글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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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준수의 마음의 窓] 군중심리 악용한 댓글 조작

입력
2018.05.07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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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댓글 조작사건인 드루킹 사건으로 정국이 시끄럽다. 여당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국회 비준을 통해 더욱 공고히 하려 하나, 야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별검사를 요구하며 단식 중이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있었던 국가정보원의 인터넷 댓글 조작사건으로도 관련자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인터넷 기사에 댓글을 달 때 글에 공감을 하면 ‘공감’을 누를 수가 있고, 많은 ‘공감’을 얻은 댓글은 베스트 댓글이 된다. 이 댓글을 몇몇 사람이 여러 개의 아이디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공감 추천수를 조작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조작했다는 게 인터넷 댓글 조작사건이다.

현대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해 정보는 순식간에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터넷 댓글 조작사건의 핵심은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인터넷 기사의 댓글이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사람들은 왜 다수의 생각에 영향을 받을까? 소위 군중심리 혹은 대중심리는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이전에 막연히 대중의 생각이나 행동을 따라 하며 시작된다. 특히 자극적인 사건이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는 더 그렇다.

1951년 사회심리학 선구자인 폴란드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가 한 동조실험이 사람들의 집단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 아직까지 다양하게 변형된 실험을 통해 개인과 집단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에 활용되고 있다. 애쉬의 실험은 정답이 아닌데도 여러 사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면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대다수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을 따라간다는 것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인간 본성은 상황에 따라 지배를 받으며 다른 사람과 비슷해지려는 경향이 있어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군중심리의 극단적 표출은 히틀러의 나치나 중국의 문화혁명 때 홍위병을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조작사건이 군중심리가 나타난 대표적 사건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의 합리적인 이성은 상실하고 집단적 인식과 충동,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이런 군중심리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익명성이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면 군중 속에서 일체가 돼 개인은 없어진다. 몰개성화 현상이다. 또한 익명이기에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한 책임이 없어져 과격해지기 쉽다. 둘째,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군중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다. 흔히 인터넷에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가 인터넷 악플로 공격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개인 의견보다 대중 의견만 존재한다. 그렇지 않으면 왕따시킨다. 이러니 지배적인 댓글의 의견과 다르면 인터넷으로 본인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고, 그래서 제3자로 하여금 더욱 더 지배적인 의견만이 전부라고 느끼게끔 한다.

뇌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기능자기공명영상(fMRI) 연구에 의하면 자신의 의견이 다른 사람의 의견과 다를 때 뇌에서 정보가 충돌돼 내측 전전두엽이 활성화된다. 이러면 자신의 의견을 오류라고 인식하고, 집단의 평균 의견에 맞추려고 자신의 의견을 바꾼다. 사회적 공명현상이다. 이런 현상 밑에는 오류를 고치려는 심리 외에도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사회적 욕구나 자신의 긍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이처럼 결국 댓글 공감수로 표상되는 많은 이의 의견과 생각을 따라가는 경향성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해 특정 방향으로 여론이 향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한 한 논문에 의하면 동조를 잘 일으키는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이 도파민수용체의 유전자 다양성과 관련 있다고 하니, 과학이 발달하면 유전자 조작으로 대중의 의견을 조작할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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