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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441곳으로 2배이상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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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441곳으로 2배이상 늘어

입력
2018.07.30 04:4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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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위안 들여다보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2배 넘게 급증

계열사 의결권 15%에서 5%로 제한

기업들 “일감 몰아주기 규제 3년만에 다시 강화” 긴장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김상조 위원장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자문기구인 ‘공정거래법 전면개편 특별위원회’(이하 특위)가 29일 공정위에 권고한 최종 보고서는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금융 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핵심 사안을 두고 기업들은 긴장하는 빛이 역력하다.

이날 공정위, 재계 등에 따르면 대기업 금융사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을 5%로 제한하는 특위 권고안은 삼성그룹이 타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삼성그룹의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각각 8.27%, 1.45%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두 금융사가 9.72% 지분만큼 삼성전자의 주요 경영 사안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권고안이 현실화할 경우 지분 4.72%(9.72%-5%)의 영향력은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공정위는 “의결권만 제한할 뿐 5%를 초과하는 지분을 매각하라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0.6% 안팎에 불과한 지분으로 삼성전자 경영을 흔들었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사례에 비춰보더라도, 4.72% 지분의 의결권 소멸은 삼성그룹이 방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매각 등을 통해 우호 지분으로 유지해야 할 대상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해당 지분을 매각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게 삼성의 고민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 지분 1%를 매입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2조원 안팎”이라며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할 계열사는 없다”고 말했다. 매각이 성사돼 금융계열사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5% 밑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남아있다. 보험사가 특정 회사에 투자할 경우 지분의 시가가 자산의 3%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어 지분 추가 매각 압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위는 대기업 공익법인에도 이런 ‘5% 의결권 룰’을 도입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간 총수일가가 공익법인에 기증한 지분을 통해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해왔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이 배경이다. 지난달 공정위는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공익법인이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장 또는 사익편취 등에 이용됐다고 의심되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밝힌 바 있다. 2016년 말 기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 가운데 66개사가 119개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엔 지분 5% 넘게 보유하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익법인 보유 지분마저 의결권이 5%로 제한되면 긴장할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도 강화된다. 특위는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상장ㆍ비상장 계열사, 이러한 계열사가 50% 넘는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는 안을 권고했다. 현재는 상장 30%, 비상장사 20% 이상이면 규제를 받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총수일가 지분을 상한선을 살짝 밑돌 만큼만 매각하면서 규제를 무력화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상장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으로 강화되면 24개 회사가 새로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차그룹의 이노션ㆍ현대글로비스, 삼성그룹의 삼성생명ㆍ삼성물산ㆍ삼성웰스토리 등과 함께 SK, 롯데, 한화, 신세계, GS 등의 계열사가 이에 포함된다. 여기에 이들 회사의 자회사 214개까지 더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는 현행 203곳에서 441곳으로 2배 이상 급증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기존 30% 룰을 개정한지 불과 3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강화된 규제를 내놓은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한 지분 제한과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조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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