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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유턴… 유커가 돌아왔다

입력
2016.05.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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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 지진 불안감에 발길 돌려

노동절 연휴 6만3000명 밀물

젊은이들은 개별 자유여행 즐겨

재래시장ㆍ맛집 투어 등 저변 확대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코너가 중국 노동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1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코너가 중국 노동절을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배우한 기자 bwh3140@hankookilbo.com

“가방도 마음에 들고 화장품도 품질이 좋네요.”

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송옌쩌(32ㆍ여)씨는 1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명품 가방과 신발 등 다섯 가지 물품을 구입했다. 그가 한 시간 남짓 머물며 쇼핑한 금액은 400여만원. 송씨는 중국의 3대 연휴인 노동절(4월 30일~5월 2일)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한국에 들어왔다. 경기 가평군 남이섬과 쁘띠프랑스 문화마을에서 관광을 한 뒤 서울을 찾았다. 하지만 원래 송씨의 노동절 휴가 행선지는 일본 교토였다. 그는 “교토는 최근 대지진이 발생한 규슈 지역과 다소 떨어져 있지만 불안한 마음에 한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한국을 외면했던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노동절 연휴를 맞아 다시 국내로 몰려 들고 있다. 지난달 일본 구마모토 강진으로 행선지를 급히 변경하는가 하면, ‘태양의 후예’ 등 한국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쇼핑과 관광’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유커가 늘었다는 평가다.

중국인 야오징(29ㆍ여)씨도 일본 여행을 취소하고 지난달 28일 남편과 딸, 어머니, 이모와 함께 제주도를 방문했다. 야오씨는 “집이 내륙지방이라 바다 근처의 일본 도시에 가려다 지진 걱정에 제주도로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 지난해보다 10% 증가한 6만3,000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방한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류 열풍 영향으로 여행사이트 등 온라인 정보를 뒤져 직접 여행계획을 세운 뒤 다양한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는 유커가 많아진 것도 특징이다. 이날 회사 동료 3명과 함께 경복궁을 찾은 류양(29ㆍ여)씨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기념 사진을 찍기 바빴다. 머리까지 땋은 류양씨 일행은 “이번 휴가의 테마를 ‘한국문화 즐기기’로 정했는데 오늘은 경복궁과 인사동,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전통 체험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들은 전날에는 ‘현대 한국 체험’을 주제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찾아 케이크 맛집 투어를 다녔다.

5일부터는 중국 대표 종합상사인 중마이그룹 임직원 8,000여명이 포상휴가를 받아 한국을 찾는 등 유커 특수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실속을 챙기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진 탓에 영세상인들은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이들이 쇼핑과 관광을 철저히 구분해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만 통 큰 구매를 할 뿐 개별 관광지에서는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남산골 한옥마을은 온종일 유커들로 붐볐으나 인근 노점을 찾는 관광객은 거의 없었다. 이곳에서 3년째 호두과자 상점을 운영 중인 고모(59)씨는 “중국인들이 대거 입국했다는데 매출은 지난해 이 맘 때와 비교해 절반 이하”라고 푸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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