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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 개혁과 성 정체성

입력
2018.08.03 18:2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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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여성 의원이 성소수자를 공개 차별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당의 경고까지 받는 일이 최근 있었다. 극우 단체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이사를 지낸 스기타 미오 의원은 지난달 한 월간지 기고에서 성소수자는 “아이를 만들지 않으니 생산성이 없다”며 “거기에 세금을 투입하는 게 과연 괜찮은가”라고 썼다. 성소수자 차별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사과는커녕 한술 더 떠 당내에서 “장관급을 포함한 선배들이 ‘잘못 말한 것 아니니 당당해도 된다’고 격려했다”며 “자민당의 포용력을 느낀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 당사 앞에서 집회까지 열리는 등 비판과 항의가 수그러들지 않자 자민당이 2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냈다. “지난 선거에서 공약했듯이 성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사회 실현을 목표로 성적 지향, 성 정체성에 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며 “스기타 의원의 기고문은 개인 의견이라고는 해도 이 문제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련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게 사실이므로 주의하도록 지도했다”는 내용이다. 아베 총리도 “인권과 다양성 존중 사회를 만드는 건 당연하고 그것이 정부, 여당의 방침”이라며 스기타 의원을 간접 비판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기무사 계엄 문건 등을 폭로한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을 두고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데 군 개혁을 주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김 원내대표는 차별 발언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한술 더 떠 임 소장의 “양심적 병역 거부”를 문제삼는가 하면 “화장”까지 시비를 걸었다. “사과하거나 해당 발언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는 당당함도 보였다. 김병준 한국당 비대위원장도 “소신 발언”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 김 원내대표와 한국당에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 나설 준비를 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스기타 의원 사태와 관련해 지방 연설에서 한 말을 들려주고 싶다. “LGBT(성소수자)라는 분들이 있다. 일본인의 8%라고 한다. 12.5명 중 한 명이다. ‘생산성이 없다’ 같은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걸 허용하는 게 자민당의 다양성이라고 할 수 없다. 포용력이 있다고 해서도 안 된다.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자민당이어서는 안 될 일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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