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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권보장 사각지대 우려” 경찰”나아진 게 없는 권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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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권보장 사각지대 우려” 경찰”나아진 게 없는 권고안”

입력
2018.02.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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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통제 안 되는 영역 생겨

큰 사회적 비용 초래할 것”

경찰 “검찰에 큰 사건 다 맡기는

예외적 수사가 너무 많아”

법무부 산하 법무ㆍ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가 경찰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경찰의 독립적 수사권을 한층 보장한다는 취지다. 다만, 수사종결권과 영장 청구권은 경찰에게 줘선 안 된다는 결론을 냈다.

개혁위가 8일 밝힌 검ㆍ경 수사권 조정 권고안에 따르면 우선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삭제하고, 검ㆍ경이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규정하도록 주문했다. 경찰의 개별 1차 수사사건에 대해 송치 전 검찰의 수사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도록 권고했다. 검찰에 접수된 고소ㆍ고발ㆍ진정 사건 수사, 경찰 송치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변사사건 수사, 경찰의 영장 신청시 보완수사 등 부분적으로만 검찰이 경찰에 구체적인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개혁위는 이날 경찰이 원하는 핵심인 독자적 수사 종결권과 영장 청구권은 검사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현행대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검찰이 부당하게 영장을 반려했다고 판단될 때는 경찰이 외부 위원을 다수로 구성하는 각 검찰청 내 영장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해 2차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같은 권고안을 두고 검ㆍ경 관계의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크다는 평가와 함께 수사실무상 적잖은 부작용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우선 검찰은 경찰에 수사 ‘지휘’ 권한을 상실하고 ‘요구’할 수 있다는 데 그치는 새로운 검ㆍ경 관계를 규정한 권고안 대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기류다. 서울 소재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검찰 접수 고소ㆍ고발 사건 등에 한정된 몇몇 영역에 예외적 지휘권을 인정하는 것은 검찰 입장에선 그 무게감이 엄청나다”며 “수사실무상 합리적인 통제가 안 되는 영역이 생겨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휘권’은 따라야 할 문제인데, ‘요구’는 경찰의 이행을 두고 상당한 충돌을 초래할 개념”이라 덧붙였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보장이나, 적법 절차 준수 측면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많았다. 형사부에 오래 몸담았던 전직 검사는 “경찰에 1차 수사권 권한을 보장하면서 검찰의 적절한 지휘권마저 없애면 자칫 ‘경찰국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 것”이라 지적했다.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현행대로 하되, 경찰의 신청에 부당한 기각 사유가 있을 때는 각 검찰청 내 영장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이의제기를 하도록 한다는 권고안에도 고개를 갸우뚱하는 검찰 내 반응이 나왔다. 서울 소재 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헌법 개정을 한다면 모를까 수긍하기 힘든 내용”이라며 “형사사법에선 누군가 한 쪽이 결단을 낼 수밖에 없는데, 이의를 다 받게 돼 심의위에서 양 쪽이 허구한날 싸우면 수사진행은 상당히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 기밀이 유출되거나 심의위원 중 이해관계자 존재 여부를 가리는 데도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같은 검찰청 한 검사는 “법원의 영장 기각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영장항고제도 없는데, 사실상 2차 판단을 하는 영장심의위를 왜 두냐”고 반문하며 “위헌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도대체 바뀌는 게 뭐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 일선서 경찰 관계자는 “’지휘’를 ‘요구’로 바꾼 말장난 수준”이라며 “지금도 경찰이 1차 수사의 98%를 하는데, 검찰에 큰 사건을 다 맡기는 예외적 수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와대 발표 때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경제ㆍ금융 등 일부 특별수사로 한정했는데, 이번 안은 공직자 사건, 부패사건, 선거 사건 등이 더 들어갔다”며 “일선 경찰관은 변화를 실감할 수 없는 실망스러운 안”이라고 깎아 내렸다. 핵심인 영장청구권 인정을 못 받고, 영장심의위에 이의제기할 수 있는 절차만 두라는 내용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심의위 결과를 ‘존중하라’고만 돼있다. 구속력도 없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번 권고안이 사실상 양 기관의 수사실무에 큰 변화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법조인들의 견해도 있다. 서울 소재 검찰청 한 형사부 부장검사는 “지금도 검찰에 온 고소ㆍ고발 사건이나 중대한 하자가 있는 영장 신청 말고는 경찰 심기를 건드릴 지휘는 거의 없는 편”이라며 “딱히 큰 변화가 예상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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