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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Do Not 리스트] ⑤ 청와대 몸집 키우지 마라, 책임 내각 멀어진다

입력
2017.05.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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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들 “작은 청와대” 지향했지만

집권 후반기 갈수록 조직 비대화

내각은 되레 복지부동 만연해져

“청와대 몸집 커지면 옥상옥 된다”

대통령-장관 사이 소통 강화로

참모 본연 기능에 충실해져야

역대 정권은 대부분 임기 초반 ‘작은 청와대’를 지향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대통령 비서실은 비대해졌다. 국정 과제 이행을 이유로 수석비서관 자리를 신설하거나 비서실 인력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가 정부 부처 업무를 일일이 컨트롤하며 강해졌지만 내각은 되레 청와대의 추궁만 피하면 된다는 복지부동이 만연했다는 지적이 많다. 급기야 박근혜정부에선 ‘받아쓰기 내각’이란 비아냥이 나왔다. 국정 장악을 위한 청와대의 비대화가 정부 기관의 손발을 무겁게 만들어 국정 이행의 정체 현상을 빚는 역효과를 낸 것이다.

대통령 비서실 정원이 정점을 찍었던 때는 노무현 정부다. 김대중 정부 말기 비서실 정원인 405명보다 93명이 늘어난 498명으로 출발한 노무현 정부는 정권 후반기에 531명까지 늘렸다. 대통령 직선제 부활로 1988년 출범한 노태우 정부가 342명에서 시작해 384명으로, 김영삼 정부가 377명의 정원을 유지했던 데서 대폭 증원된 것이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2004년 사회정책수석이, 혁신 업무에 박차를 가한다는 명분으로 2005년 혁신관리수석이 신설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를 통해 책임총리제를 실시하며 내각에 힘을 싣고 청와대는 혁신 과제를 추진하는 쪽에 방점을 뒀으나 비대해진 청와대와 내각간 정책 혼선이 잦았다는 평가다.

‘작은 청와대’를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는 비서실 정원을 456명으로 다소 줄이고 정권 내내 이 인원을 유지했지만 고위 공무원단 비중을 늘리는 꼼수를 썼다. 노무현 정부 말기 대통령 비서실 장ㆍ차관급 정무직 공무원과 일반직 고위공무원단은 66명으로 12.8%인데 반해 이명박 정부 말기의 경우 100명으로 고위 공무원단 비중이 22%에 달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홍보수석을 신설해 측근인 이동관 당시 대변인을 앉혔고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겪은 후에는 외교안보수석과 별도로 국가위기관리만을 전담하는 국가위기관리실(수석급)을 만들기도 했다.

전임 정부보다 소폭 감소한 443명으로 비서실 정원을 유지한 박근혜 정부는 청와대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커진 경우다. 청와대 수석들이 파워를 과시하며 내각 위에 군림, 업무를 부처에 일방적으로 하달하는 관행이 굳어졌다.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보다 수석비서관 회의가 활성화됐고 대면 보고 기회가 전무하다시피한 장관들은 대통령의 지시를 수첩에 받아 적기에 바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무총리 후보자에 오른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낙마하는 등 인사파동이 잇따르자 인사수석을 신설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목도한 문재인 정부는 11일 ‘2실장 8수석 2보좌관 41비서관 체제’의 대통령 비서실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비서실을 개별부처 대응에서 정책 어젠다 중심으로 개편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비서실 정원은 박근혜 정부와 동일한 규모로 유지됐다.

전문가들은 작은 청와대가 능사는 아니지만 청와대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정부 부처의 자율성을 해치고 업무가 비효율적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기 말기로 갈수록 새 정책 이슈가 생겨나고 써야 할 사람도 많기 때문에 청와대 몸집이 커지는데 옥상옥이 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를 향해 “대통령과 장관 간 소통을 강화하면 청와대는 대통령 참모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책임장관제를 잘 실현하고, 추후에 비서실 인원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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