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정부의 해경 해체 결정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논란이 일자 곧바로 "실무자의 실수로 보도자료가 배포됐다"며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해경 해체 결정에 대한 강한 불만이 내재된 만큼 조직적인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해양경찰청 대변인실은 26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 “해경의 잘잘못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해경 해체라는 해결책이 제시됐다”고 지적했다.
해경청은 또 “해경 해체에 대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정부 생각대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라며 “해경 구조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원인 조사 및 ‘안전’ 이면의 해경 역할 등 전문가 의견에 귀 기울이고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경청은 40년 전 발생한 속초해전 직후에도 해경 해체가 논의됐지만 결국 해경의 노후된 함정 교체, 교육·훈련 강화, 각종 매뉴얼 제작 등 해경 조직의 강화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속초해전은 1974년 6월 28일 동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속초해양경찰대 소속 863정이 어로 보호 활동 중 납치를 기도한 북한 경비정 3척과 교전을 벌이다 침몰된 사건이다. 당시 승조원 28명 전원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정부는 속초해전 이후 해경 조직의 해군 이양을 검토했으나 내무부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해경청은 속초해전 직후 해경이 해체되지 않고 조직이 강화된 배경에는 “(정부와 국회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그에 맞는 처방이 있었다”며 해경 해체를 결정한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해경청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가 초안 작성 단계에서 실무자 착오로 잘못 배포됐다”며 “(정부의 해경 해체 결정을 비판한 보도자료는) 해경청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해경청 관계자는 “대변인실에 배치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실무자의 실수로, 해당 실무자의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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