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사려 형,언니 신분증 보여주거나
출생연도 숫자 바꿔치기 ‘위조’도
“미성년자 아니라니까요.” “미성년자 아니라 하셔도 신분증 없이는 술을 살 수 없습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로 스웨덴과 맞붙은 18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 편의점에서는 누가 봐도 앳돼 보이는 남성 고객과 편의점 직원이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다. 직원의 단호한 태도에 남성은 결국 편의점을 박차고 나갔다. 편의점 점주는 “이렇게 우기다가 포기하는 분들은 대부분 청소년이라고 봐야 한다”라며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신분증을 계속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본격 열리면서 편의점은 술을 사려는 청소년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한국 대표팀 경기가 있던 날 거리응원이 열린 광화문광장 영동대로 등지 편의점들은 전쟁을 치렀다. 남은 경기가 있어 월드컵 기간 편의점업계엔 ‘청소년 집중 경계령’이 내려졌다.
20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거리응원이 진행된 18일 서울광장 및 광화문광장 일대 편의점 10여 곳의 오후 6시~자정 맥주 매출은 지난해 같은 날보다 30배 이상 많았다. 문제는 폭발적인 주류 구매 대열에 ‘청소년’들이 은근슬쩍 끼어있다는 점이다. 또래 중에 겉늙어 보이는 ‘대표 선수’를 뽑아 밀어 넣거나 성인인 형이나 언니 신분증을 본인 것이라고 우기는 식이다.
위조도 한다. 서울광장 인근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는 “대충 볼 땐 1999년생 신분증인데, 자세히 보니 맨 앞 두 자리 숫자 ‘00’을 칼로 긁고 검은색 펜으로 ‘99’를 만들었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혹여 청소년인 줄 모르고 주류를 판매해도 업주는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적발 횟수에 따라서는 식품위생법상 영업정지 또는 폐쇄 처분까지 가능하다. 이런 탓에 편의점 본사들은 점주들의 피해를 막고자 ‘술을 구매하려는 모든 고객에게 무조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내기도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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