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보도한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통령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한 외신기자를 기소한 사례는 처음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언론은 물론 한국에 파견된 외신기자들 모임인 서울외신기자클럽은 “언론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도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하는 등 한ㆍ일간 외교적 마찰로도 비화하는 양상이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당일 박 대통령 행적에 대한 허위의 기사를 작성해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과 정윤회씨 등을 조사한 결과 정씨가 사고 당일 박 대통령과 만났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기자의 기본 책무인 사실확인 과정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케이 보도가 언론의 정도를 벗어났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익적 목적의 언론보도에 대해 법적 처벌을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다. 아무리 무책임한 보도라 해도 법의 칼날을 들이대면 결국 언론의 취재와 보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는 공직자의 명예훼손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최근의 대법원 판례는 “공직자 개인에 대해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 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의 경우 보도경위가 ‘악의적’이란 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알면서도 고의로 망신을 주기 위해 보도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은 세월호 국정조사의 쟁점이 될 만큼 공적 임무 수행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검찰이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기소를 강행한 것은 청와대를 의식한 과잉 조치라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국제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4월 발표한 ‘2014 언론자유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197개국 중 68위에 그쳤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부터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전락한 뒤 좀처럼 ‘언론자유국’ 지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내년에 나올 보고서는 이 보다 더 나빠질 게 분명해 보인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명예훼손죄는 이미 사라지거나 사문화했다. 유엔인권위원회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세계적 추세나 상식과 동떨어진 채 권력만 바라보는 한국의 검찰의 모습이 국제사회에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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