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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니키 헤일리 美 유엔대사

입력
2017.08.0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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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미 유엔대사를 지낸 존 볼튼은 대표적 다자외교 비판론자였다. 신보수주의(네오콘)의 이론가를 자처하면서 북핵ㆍ이란핵, 수단 내전 문제에서 유엔을 건너뛴 미국식 일방주의를 주장했다. ‘북한의 종말’(공저)이란 책을 내기도 했던 그가 2003년 6자회담 출범 전 김정일에 대해 “삶이 지옥인 나라의 폭압적 독재자”라고 하자 북한이 “이런 인간 쓰레기, 흡혈귀는 회담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반발해 미국 측 대표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휴회 중 임명’이라는 꼼수로 대사가 된 그는 결국 ‘임시대사’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채 16개월 만에 중도 하차했다.

▦ 강경하기로 따지면 니키 헤일리 현 유엔대사도 그에 못지 않다. 지난달 초 북한이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자 “필요하다면 군사수단도 포함할 것”이라고 일방적 무력대응에 언급하더니 두 번째 ICBM 도발 뒤에는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 “대북 압박을 강화하지 않는 추가 안보리 결의는 필요 없다”는 등 아예 유엔의 권능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다자외교와 세력균형을 상징하는 유엔을 늘 거추장스런 존재로 여겨온 미국의 속마음을 대변한 것이었을까.

▦ 헤일리 대사가 처음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편은 아니었다. 지난해 1월 국정연설에 대한 공화당 반대연설자로 나선 자리에서 “공화당의 자성”을 촉구하며 당시 대선 후보 1위를 달리던 트럼프를 비판했다. 또 “미국의 전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자신이 이 나라에서 환대 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는 안 된다”면서 트럼프의 반이민 주장을 겨누었다. 언론에서는 이런 그를 “공화당의 오바마”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도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였던 그의 인종포용론을 강하게 비난하며 각을 세웠다.

▦ 트럼프의 ‘정적 끌어안기’로 유엔대사에 중용된 그는 지금은 미국 외교의 얼굴이나 다름없다. 외교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존재감이 약해지자 트럼프의 복심으로 사실상 국무장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유엔대사인 그가 유엔을 부정하면서까지 트럼프 외교 전도사를 자처하는 데 대해 공화당 차기 주자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치적 야망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전임자처럼 지나가는 자리가 아니라 북핵 문제를 해결한 유엔대사 경력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도 괜찮을 성싶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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