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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광주~강릉 고속도로 건설하자.

입력
2017.03.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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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는 권력이다. 도로는 사람과 자원을 옮기는 길로 보이지만 실상은 절대 권력의 통로이다. 고속도로 유무에 따라 지역이 흥망성쇠하거나 주민의 희로애락이 결정된다. 사람들은 고속도로가 없는 것은 그저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할 뿐이라고 자위한다. 하지만 고속도로의 본질은 권력의 고착화와 내적 식민지의 지속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시작은 경인고속도로와 1970년 경부고속도로(연장 428km, 4차선)의 완공이다. 이후 근대화, 산업화, 지식기반화 속에서 고속도로는 서울과 대도시, 동남권의 산업도시, 각종 항만ㆍ공항 등을 연결하는 데 일조했다. 70년대부터 정치인들은 정치ㆍ경제ㆍ문화적으로 지역을 빠르게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근거해 고속도로는 남북으로 권력을 강화시키고 동서로 지배력을 연장시켰다.

도로가 놓이고 교통이 편리해지면 반드시 대규모 산업단지, 아파트단지, 쇼핑시설, 일자리가 들어가 도시는 더욱 발전한다. 정부는 비용편익분석을 통해 이곳에만 집적투자를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속도로와 함께 하는 교통축은 산업개발축이고, 곧 권력발전축으로 비상한다.

70년 경부축부터 현재까지 고속도로는 계속 신설되어 동서9축, 남북7축으로 늘었다. 이와함께 4개축을 북한에 연결한다는, 남북통일 시대에 대비한 장대한 계획도 있다. 2016년에 확정 고시된 '제1차 국가도로종합계획'에 따르면 2020년이면 고속도로 총 연장은 5,075㎞에 달한다. 이를 통해 전 국토의 78%, 인구의 96%가 30분 안에 고속도로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하지만 여전히 소외된 전라도와 강원도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 전라도 광주에서 강릉이나 속초로 가려면 경기도 신갈까지 직선으로 올라가서 이천과 원주를 거쳐 동으로 가야 한다. 직선의 고속도로를 놓으면 330㎞면 가능하지만 광주에서 신갈을 거쳐 간다면 430㎞이상의 거리이다. 호남축과 경부축, 영동축을 거치며 겪는 시간과 비용은 큰 스트레스다.

광주에서 순창-임실-진안-무주-영동-상주-문경-단양-영월-정선-강릉을 연결하는 직선코스 고속도로를 만들자. 이것은 지난 60여 년 소외 받은 강원도와 전라도의 응어리를 푸는 길이기도 하다. 충북과 경북 저성장 지역에도 혜택이 돌아간다.

광주~강릉 고속도로는 여러 모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 최초로 전라도의 서남과 강원도 동북의 끝을 이어주는 고속도로가 된다. 둘째, 고속도로와 관계가 없었던 산악축이나 백두대간 서쪽을 연결하는 해방고속도로가 탄생한다. 셋째 동서와 남북만이 존재하는 4각축에 사선을 연결해 국토이용을 극대화하는 고속도로가 생긴다. 넷째, 귀농귀촌인의 이동에 획기적 도움이 된다. 다섯째, 수많은 IC가 생겨 자유로운 지역이동과 조화로운 균형개발이 가능하다.

저성장지역에 대한 배려와 함께 이 ‘해방고속도로’에는 ICT 기술력을 활용한 스마트톨링시스템이나 전기충전소, 자율주행, AI 등 첨단기술이 꽃필 수 있게 하자. 환경, 에너지, 통일 등의 이슈에 대응한 '미래도로 정책방향'이 녹아 든다면 금상첨화다.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들이 광주~강릉 고속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우길 기대한다. 소외지역 주민에게 자신감을 주고, 효율과 성장 대신 배려와 조화라는 새로운 도로정책 철학이 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유상오 한국귀농귀촌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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