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규정 미비로 자정 기대 못해, 대부분 과태료 처분… 액수도 적어
변호사 2만명 시대의 여파로 대형 로펌들의 수임 싹쓸이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들 로펌들의 불법과 탈법 행위에 대해서는 정작 법인에 대한 징계 규정이 미비해 자정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과태료 처분이 대부분인데 그마저도 솜방망이 처분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김앤장, 태평양, 화우, 세종 등 4개 대형 로펌이 자신들이 고용한 퇴직공직자 정보공개 의무를 위반한 것과 관련해 11월 말로 예정된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2011년 5월 개정된 변호사법은 무분별한 전관예우 등의 폐해를 막기 위해 모든 법무법인 등으로 하여금 취업한 퇴직공직자의 명단과 활동내역 등을 관할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하도록 하고 있지만 앞서 4개 법인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변협 관계자는 “법조윤리위원회가 퇴직공직자 정보공개 위반 관련 징계를 청구한 첫 사례인데 개인 변호사면 정직 등을 내릴 수 있겠지만 법인이라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과태료 부과 정도가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변호사 징계는 견책, 3,000만원 이하 과태료, 3년 이하의 정직ㆍ제명ㆍ영구제명 등으로 법인보다는 개인 변호사의 활동 제한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졌다는 게 문제다. 과태료 처분 외에는 법인을 상대로 내릴 만한 적절한 징계가 아예 없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법인의 경우 정직에 준하는 처벌을 ‘영업정지’로 해석하면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영업정지를 내릴 경우 이미 수임한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활동이 제한되는지 등에 대한 세부 규정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태평양이 로클럭(재판연구관) 출신 변호사를 고용한 뒤 해당 변호사가 바로 직전 법원에서 근무할 때 소속됐던 재판부의 사건을 맡게 해 논란이 됐었다. 이 사건을 조사 중인 서울변회의 한 관계자는 “취직한 지 얼마 안 된 변호사라 사건 수임과정에서 로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밝히는 게 중요한 문제”라면서도 “조사위원회 논의 전이지만 사실상 과태료 처분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내려진 과태료 처분도 법무 법인이나 변호사들의 수입에 비해 턱 없이 미약하다. 대법관 시절 담당한 사건을 대형 로펌으로 옮겨 온 뒤 다시 맡아 논란이 됐던 고현철 변호사의 경우 변호사징계위원회로부터 처분 받은 과태료 액수는 300만원에 불과했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징계위원회가 아직도 변호사에 대한 징계 효과를 실질적 징벌보다는 명예실추로 인한 평판하락의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의 법 감정에 부합하도록 부당이득 환수 취지에서 과태료 처분 액수를 높이고 관련 규정도 법인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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