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아이 청약통장으로 접수
미성년자는 자격 없는데
1순위 자격으로 당첨 받아
"실수요자들 피해 안 보려면 정밀 조사해 보완책 마련해야"
만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서 버젓이 당첨자 명단에 오르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검증 주체인 건설사는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검증 부실은 결과적으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일보가 금융결제원의 아파트투유(APT2you)에서 S건설이 7~11일 분양한 경기 화성시 기산동의 A아파트의 청약 당첨 결과를 분석해보니 당첨자 1,196명 중 만 3세에 불과한 2012년생 김모군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주택형은 전용면적 84㎡A형으로 232명 모집에 1ㆍ2순위에서 총 253명이 지원, 1.2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문제는 현재 민영주택 청약을 하려면 만 19세 이상 성년의 연령 요건을 갖춰야 하는 만큼 김군은 자격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적격자라는 점이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에 따라 작년 1월부터 청약 가능 연령이 만 20세 이상에서 만 19세 이상으로 완화됐다.
이에 대해 청약 당첨자를 전산으로 추첨하고 그 결과를 해당 사이트(아파트투유)에 공지하는 업무를 하는 금융결제원 측은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인 경우에는 미성년자라도 청약 접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만 3세라도 이론상 청약 접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가입기간, 거주지 등을 따져 청약통장 1순위 조건에 맞는지 확인 절차를 따진다”며 “유아라고 해도 부모, 조부모가 부양가족으로 돼 있는 세대주라면 이론상 접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드문 사례이지만 부적격자는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공사인 S건설측은 “해당 분양 소장한테 확인한 결과 부적격자는 없는 것으로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가 확산되자 금융결제원과 S건설 측은 뒤늦게 부적격자임을 시인한뒤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 건설 관계자는 “해당 당첨자 측에 다시 연락을 해본 결과 김군의 부모가 김군의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으로 1순위 접수를 한 것으로 나타나 당첨 취소를 통보했다”며 “당첨자를 추첨하는 업무는 금융결제원 담당인데 이런 사례가 나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금융결제원 측은 “다시 확인해보니 부모와 함께 사는 유아의 경우 세대주 자격을 갖출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청약 단계에서는 이런 것을 걸러낼 수 없다”며 “사업 주체인 건설사가 사후 증빙서류를 통해 당첨자를 검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증 담당 기관의 허술한 당첨자 관리 만이 아니라 부적격자에 대한 느슨한 제재도 논란거리다. 현행법상 당첨이 취소되면 당첨일로부터 3개월 간 다른 분양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될 수 없을 뿐, 다른 제재는 전혀 없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는 “청약자의 실수였는지 금융결제원의 전산 오류인지, 건설사의 검증이 제대로 안 된 것인지 모두가 불분명하다”며 “다른 분양자가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사안인데다 유사 사례들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가 정밀 조사 및 제재에 들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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