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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반대” 거리로 나온 의사들 밥그릇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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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 반대” 거리로 나온 의사들 밥그릇 시위

입력
2017.12.10 17:4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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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가 협상 문 열어놓았는데

“문재인 케어 땐 줄도산” 반발

성급한 움직임에 우려 목소리

시민들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 받을 수 있는데…”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및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저지 집회를 하고 있다 . 배우한 기자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10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서 문재인 케어 및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 저지 집회를 하고 있다 . 배우한 기자

정부의 건강보험 혜택 확대 정책, 즉 ‘문재인 케어’의 철회를 요구하며 의사 1만명(주최측 추산 3만명)이 집회에 나섰다. 개원의들 중심으로 줄도산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가 수가(건강보험이 정한 개별 진료항목 가격) 협상 등에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는 상황에서 성급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의협 주도 집회는 2013년 원격의료ㆍ영리병원 허용에 반대한 전국의사궐기대회 이후 4년 만이다.

10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가 의료계와 합의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이필수 의협 비대위 위원장은 “의사들에게 정상적인 수가를 보장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도 온데간데 없어지고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발표한 ‘문재인 케어’는 구체적인 재정 확보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 단체인 의료계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문재인 케어’를 강행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후 1시에 모여 청와대 앞까지 행진하면서 4시간 가량 극심한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건강보험이 되지 않아 가격이 천차만별인 3,800여개 비급여 의료 서비스를 점진적으로 건강보험에 편입해 급여화 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의료비에서 건보가 부담하는 비율)을 70%(현재 63%)까지 확대해 ‘병원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의협 측은 이런 정책이 도입되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해져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수가 보전이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형외과 개원의인 이성호(52)씨는 “의사가 공부할 때 정부에서 돈을 지원해준 것도 아니고 의사는 개인사업자인데 환자 진료 내역에 대해선 정부가 심사를 한다”며 “우리나라 의사들의 수가는 저평가 되어 있어 수가를 주는 급여비로만 진료를 하면 병원 경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 김경식(47)씨도 “현재도 낮은 수가 때문에 직원들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병원이 많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 비대위 측은 ▦건강보험 급여 수가 정상화 ▦비급여 급여화 및 예비급여 원점 재검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불가 ▦의료인의 소신진료를 위한 건강보험 심사평가체계 및 국민건강보험공단 개혁 등 4가지 대정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현재 비대위 일각에선 ‘총파업 카드’도 내비치고 있다.

시민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집회 현장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상인 김정권(67)씨는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면 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텐데, 의사들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들만 더 잘 살겠다는 뜻으로 집회에 나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인근을 지나던 대학생 김민수(21)씨는 “(재정 부담이 있어도) 일반 시민의 입장에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이 많아지면 의료비가 줄게 돼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김영임(69)씨는 “재정 부담이 크다면 개인 의료비 같은 경우 개인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오늘 집회는 의협 비대위와 개원의 주도로 이뤄졌지만 의사들도 병원종별, 과목별 등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다르다”며 “정부가 의사들 가운데서도 한 쪽의 목소리뿐 아니라 다층화된 요구를 감안해 정책 협의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치과 등에서는 건강보험 혜택이 늘어나면 환자가 늘어난다며 오히려 환영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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