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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교 문턱 북-말레이, 실익 챙기며 막판 극적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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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교 문턱 북-말레이, 실익 챙기며 막판 극적 합의

입력
2017.03.3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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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30일 공식 발표했다. 이날 오후 김정남 시신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쿠알라룸푸르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가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30일 공식 발표했다. 이날 오후 김정남 시신을 실은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쿠알라룸푸르병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쿠알라룸푸르=AP 연합뉴스

말레이시아와 북한이 30일 밤 공동성명을 내고 김정남 피살 사건을 마무리 지은 것은 양국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건 실체 규명을 놓고 난관에 빠져 있던 말레이와 사건 은폐에 안간힘을 쓰던 북한이 ▦김정남 시신과 용의자들의 북한행 ▦북한 억류 말레이 국민 9명의 무사귀환 합의로 접점을 찾았다는 뜻이다. 이번 사건에서 북한이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맹독성 신경안정제인 VX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됐고 말레이 당국의 부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단교 직전까지 갔던 양국은 우여곡절 끝에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번 사건의 주도권은 김정남의 시신을 확보하고 있던 말레이시아에 있었다. 하지만 적극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방해와 중국의 비협조로 북한 소행이라는 객관적 물증 확보에 실패했고, 시간을 끌어도 진전을 보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적정한 선에서 타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이 자국내 말레이 국민 9명을 인질로 잡는 ‘벼랑끝 전술’에 나서자, 조기총선을 추진하고 있는 말레이 정부로서는 이들의 신변 안전을 외면한 채 북한과 협상을 더 이상 지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형상으로 북한의 ‘인질외교’에 말레이가 무릎을 꿇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말레이로서는 진퇴양난이었던 상황. 하지만 북한은 주말레이 대사관을 현지 경찰에 26일 전격 개방, 수사토록 하면서 사태 돌파구를 열었다. 암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한 말레이가 북한에 시신을 넘기면 국제사회 비난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사관 수사 장면을 통해 말레이가 수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모습을 대외적으로 연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것이다. 현지 한 소식통은 “말레이 경찰이 치외법권구역인 대사관에 들어갔다는 것은 이면 합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말레이 당국은 이번 사건 배후로 사실상 북한을 지목했지만, 북한은 ‘배후로 지목된 점’ 을 제외하면 이번 협상을 통한 적지 않은 실익을 챙겼다. 사건의 유력 용의자들을 모두 북한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물론 사건 실체 규명에 필수적인 시신까지 확보했다. 이날 양국 합의로 김정남 암살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게 됐다.

여기에 양 측은 무비자제도를 재도입하기로 하는 등 양국 관계 격상에도 합의했다. 하지만 이전만큼 관계를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표면적으로는 원만한 합의를 통해 사건이 봉합된 것 같지만, 말레이 내부에는 자국에서 비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북한에 대한 원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경우 김정남 암살에 자국민을 이용한 데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갖고 있고, 이들과 말레이 등이 물밑에서 공동 대응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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