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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 역사공동체 주장, 동북공정에 타격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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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 역사공동체 주장, 동북공정에 타격 줄 수 있다"

입력
2017.07.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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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훈 단국대 교수
심재훈 단국대 교수

“전근대 중국 변경의 다양한 역사공동체를 중국 역사공동체로부터 분리시켜 거대 중국사를 해체하려는 김한규의 야심찬 기획이었다.”

중국의 동북공정 대응책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 역사학보 6월호에 실렸다. 심재훈 단국대 사학과 교수의 논문 ‘요동사와 그 이후 : 참여자와 관찰자의 시각’이다.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고조선, 고구려 등이 중국과 맞설 정도로 강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문화적 차별성을 찾아내 강조하는 것이다. 심 교수는 이 논문에서 그보다 차라리 변경사의 시각에서 ‘거대 단일 중국’을 해체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불러낸 것이 2004년 출간하자마자 거센 논란에 휩싸인 김한규 서강대 교수의 ‘요동사’(문학과지성사)다.

‘요동사’는 고조선, 예맥, 부여, 고구려, 발해 등 요동 지역에서 발원한 국가들을 현대 중국이나 한국에 귀속시키기보다는 당시 요동지역 역사공동체의 것으로 간주하자는 제안이다. “그럼 우리 역사에서 고조선, 고구려, 발해를 지우자는 거냐”는 거센 역풍을 맞았다. 그렇다면 중국이라도 요동사 논리를 박수치며 환영했을까. 중국 학계는 오히려 크게 반발했다. ‘요동 역사공동체’에는 고조선, 고구려뿐 아니라 요, 금, 원, 청 같은 북방 이민족이 세워 중국을 장악한 나라도 당연히 포함되기 때문이다.

2004년 출간돼 파장을 불러왔던 김한규 서강대 교수의 '요동사'. 심재훈 단국대 교수는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요동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음미해보자고 제안한다.
2004년 출간돼 파장을 불러왔던 김한규 서강대 교수의 '요동사'. 심재훈 단국대 교수는 10여년의 세월이 지난 만큼 '요동사'가 제시하는 새로운 상상력을 음미해보자고 제안한다.

심 교수는 여기서 미국 등 서구 역사연구자들의 신청사(新淸史)를 끌어온다. 신청사는 중국을 정복한 여러 이민족들이 결국 한화(漢化)해서 중국에 융합됐다는 주장을 부인한다. ‘한족 중심 민족주의’가 만들어낸 거짓말이라 본다. 특히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경우 독자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만주족 청나라는 이민족 왕조이기에 기존 한족 왕조와 달리 주변 민족에 대한 다양한 정복 활동을 벌였다. 그 덕에 청나라를 이어받은 현대 중국은 옛 중국에 비해 너무 큰 땅을 물려받았다. 이는 착시 현상을 낳았다. “만주족 청 제국의 영토 확장을 토대로 상당히 비대해져 버린 근대 국민국가 중국이라는 틀”을 이어받다 보니 ‘내 것도 내 것, 네 것도 내 것’으로 치달아버렸다.

김한규 교수의 요동사 논리는 바로 이 부분을 타격한다. 요동사는 결국 현대 중국을 ‘한족의 중국 + 요동 역사공동체 + 초원유목 역사공동체 + 서역(西域) 역사공동체 + 강저(羌氐) 역사공동체 + 만월(灣越) 역사공동체 + 대만(臺灣) 역사공동체’ 등이 합쳐진 것이라 본다. 이렇게 보면 현대 중국은 아예 해체되어야 한다. 김 교수의 요동사 논리에 대해 중국이 “제국주의 침략에 복무하고 민족분열주의의 주장을 위한 것”이라고 극렬 비판했던 이유다.

요동사 논리에 약점도 있다. ‘역사공동체’라 이름 붙이려면 해당 지역의 국가가 어느 정도의 역사적 경험과 기억을 공유해야 한다. 그러기엔 요동 지역은 너무 많은 종족들이 이합집산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격앙된 현대 민족국가의 틀에서 자유롭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심 교수는 그 때문에 ‘요동사라는 새로운 상상력’이 “미래 가능성에 대한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이자 “역사학이 가야 할 미래의 방향”이라 평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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