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현주 기자

등록 : 2017.02.14 03:00

[단독] 일주일이면 수입한다던 구제역 백신 한달 걸린다

등록 : 2017.02.14 03:00

제약사 英 급파에도 정부는 동행도 안 해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및 구제역 일일점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농림축산식품부 정부영상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정부가 당초 1주일 안에 긴급 수입하겠다고 밝힌 영국 메리알사의 ‘O+A형’ 구제역 백신은 일러야 이달 말이나 수입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메리알사의 한국 법인 관계자가 13일 영국 본사로 떠났지만 이미 다른 나라와 계약이 돼 있는 물량을 한국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한 달 가까이 A형 구제역에 대한 무방비 상태가 이어지게 됐다.

13일 메리알사 한국 법인에 따르면 이날 회사 관계자 2명이 프랑스와 영국으로 출국했다. 법인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계약돼 있는 백신 물량을 한국이 우선 수입할 수 있는 지 여부를 다시 타진하기 위해 프랑스 본사와 영국 공장을 직접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구제역을 경험한 많은 국가들이 살처분ㆍ매몰정책에서 백신 접종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그만큼 백신 수요가 많아져 백신을 각국에 보내는 일정이 다 정해져 있고 이를 조정하긴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 동안 메리알사 영국 본사에는 연락도 하지 않은 채 한국 법인만 바라보던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출국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백신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난 6일 경기 연천군에서 A형 바이러스가 발생하자 O+A형 백신 물량 160만마리분을 조기 수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본보 취재 결과(2월13일자 1면) 방역 당국이 그 동안 한 일은 메리알 한국 지사를 재촉한 것이 전부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날 “주프랑스한국대사관에서 인력이 투입돼 메리알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프랑스에는 농식품부 소속 농무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농무관이 파견돼 있지만 OECD 고유 업무를 맡고 있어 개입이 어렵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불안정한 백신 수급이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는 데에 있다. 유전자 분석결과 보은군ㆍ정읍시의 O형 바이러스는 2015년 방글라데시ㆍ2016년 러시아형과, 연천군의 A형은 2016년 베트남ㆍ미얀마형과 상동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도 국내 바이러스보다 해외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유입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방역 대책도 다국적 백신 제약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백신은 즉각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소비재도 아니어서 지속적인 수급 불안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방역 당국의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도 적잖다. 농식품부는 연천군 지역 돼지농장에 대해서는 A형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했다. 돼지가 A형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농식품부 판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연천군과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는 지난 7년간 대부분(97%) 소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돼지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날까지 구제역 확진 건수는 충북 보은군 4건, 전북 정읍시 1건, 경기 연천군 1건으로 총 6건이다. 이미 이 지역 17개 농장에서 1,203마리의 소가 살처분됐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