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부 참모들 ‘항명’ 격앙 불구
“李 부총리 진의 확인” 무기력 대응
교육부가 2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방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식물 청와대’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됐다.
청와대는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국민 의견을 들어 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들었다고 한다. 교육부는 청와대에 상의도, 사전 통보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총리의 발언이 청와대와 조율된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청와대 참모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전 방침 그대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육부에서 건의가 오면 그 때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 일부 참모들은 교육부의 움직임을 항명으로 해석하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교육부의 발표를 부인하는 공식 입장은 내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의 힘 있는 청와대였다면 이 부총리의 ‘돌출 행동’을 즉각 반박하고 나섰을 것이다. 더구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박 대통령이 공을 들인 브랜드 정책 과제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교육부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국정화 당위성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강조했다.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지난해 11월 국무회의) “지금 같은 교과서로 배우면 북한을 위한,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올 4월 언론사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 등 강성 어록들도 남겼다.
청와대는 “주말에 이 부총리의 진의를 알아보겠다”며 극도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 탄핵 정국이 임박한 상황에서, 교육부를 통제할 의지도 힘도 없는 것이 청와대의 현실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21일 사표를 낸 데 이어, 이 부총리의 ‘역사교과서 반기’로 내각의 균열이 극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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