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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연 가는 실향민 2세 강산에 “고향 그리워했던 부모님 위해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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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공연 가는 실향민 2세 강산에 “고향 그리워했던 부모님 위해 노래”

입력
2018.03.28 14:57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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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ㆍ3일 ‘봄이 온다’ 공연서

피란생활 주제 ‘...라구요’ 불러

가수 강산에는 내달 북한 평양에서 열릴 공연 ‘봄이 온다’에서 기타를 메고 ‘...라구요’를 부를 예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가수 강산에는 내달 북한 평양에서 열릴 공연 ‘봄이 온다’에서 기타를 메고 ‘...라구요’를 부를 예정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실향민인 부모님이 못 가보신 곳을, 제가 그 역사 속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감회가 새롭고 설레요. 다만, 부모님이 생전에 제가 평양 가서 노래하는 걸 TV로 보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실향민 2세인 가수 강산에(55)에게 평양 공연은 각별했다. 강산에는 27일 방북 공연 합류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부모님의 역사가 한국 현대사”라며 이번 무대에 의미를 뒀다.

강산에는 4월 1일과 4월 3일 동평양대극장과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각각 열릴 남북평화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평양공연 ‘봄이 온다’에 참여한다. 2006년 금강산에서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평양 방문은 처음이다.

강산에는 “예전엔 ‘여기가 북한이야?’란 생각 정도만 하고 늘 하던 공연처럼 무대에 올랐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다르다. 강산에는 북핵 문제로 정치적 긴장이 극에 달하다 남북의 화합을 위해 재개된 문화 교류 일원으로 북한 수도에 가서 공연한다. 그만큼 “더 흥분되고 남과 북의 앞날에 대해 기대도 생기게 된다”고 했다.

강산에 아버지의 고향은 함경남도 북청이다. 1950년 한국 전쟁이 나 처자식과 뿔뿔이 흩어졌고, 경남 거제에서 피란 생활을 했다. 한의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역시 피란민이었던 강산에의 어머니를 만나 강산에를 낳았다. 강산에의 어머니는 거제로 피란을 오기 전 함경남도에서 살았다. 강산에는 “어머니는 전쟁 얘기만 나오면 몸서리를 치셨다”고 했다. 강산에는 1966년 아버지를, 2014년 어머니를 각각 여의었다.

분단과 실향의 아픔은 강산에 음악의 화두였다. ‘...라구요’(1993)는 강산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쓴 곡이다. 강산에는 휴대폰 너머로 “눈보라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이란 대목을 흥얼거리며 “어려서 부모님께 늘 듣고 자란 전쟁과 피란 생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노래”라고 옛 이야기를 꺼냈다.

‘그 노래만은 너무 잘 아는 건/ 내 어머니 레파토리/ 그중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십팔번이기 때문에/ 남은 인생 남았으면 얼마나/ 남았겠니 하시고/ 눈물로 지새우시던 내 어머니/ 이렇게 얘기했죠 죽기 전에/ 꼭 한번 만이라도 가봤으면’.

강산에는 우리 정부로부터 ‘...라구요’와 ‘넌 할 수 있어’(1994)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1998) 중 공연 곡을 결정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강산에는 “‘...라구요’를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그는 “가능하다면 ‘명태’라는 노래를 꼭 부르고 싶다”고 바랐다. 이 곡은 강산에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만들었다. 강산에는 ‘명태’를 “조선시대 함경도 명천 지방에 사는 태씨 성의 어부가 처음 잡아 해서리”라며 “명천의 명자 태씨 성을 딴 태자 명태라고 헤떼이제니”라며 함경도 사투리로 노래한다. 전자기타의 끈적이는 블루스 연주에 국악기의 현악소리를 버무린 멜로디에 강산에가 특유의 호방한 목소리로 노래해 익살이 돋보이는 곡이다.

강산에의 대표곡 ‘넌 할 수 있어’는 문재인 대통령의 애창곡으로 유명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인사회에서 이 노래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강산에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노래를 공개석상에서 부른 일은 모르고 있었다. 대신 강산에는 “문 대통령께서 거제 출신에 부산에서 자라 경희대와 연을 맺으셨는데 저도 비슷하다”며 멋쩍게 웃었다. 거제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강산에는 1982년 경희대 한의예과에 입학했다. 개인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했지만, 2014년 경희대 한의대에서 명예학사 학위를 받았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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