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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춘 “정부 비난 언론 매체에 공익광고 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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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기춘 “정부 비난 언론 매체에 공익광고 주지 마라”

입력
2017.10.20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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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매체에 광고 주는 건

자금 지원하는 결과 초래”

“지금과 같은 언론 환경에서

견제 장치 중 하나는 방심위”

박근혜 정부 언론 길들이기 정황

2014년 6월17일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4년 6월17일 언론노조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논란을 빚은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임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팟캐스트를 통제하려 했을 뿐 아니라(본보 19일자 1면) 언론을 길들이기 위해 공익광고 등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같은 제도적 장치까지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이나 정부ㆍ여당의 입장과 다른 보도를 견제하려고 한 정황도 드러났다.

19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4년 11월 26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실수비) 결과 문건에 따르면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들이 언론 매체에 공익광고나 시책광고를 주는 영역에 있어서는 아직도 언론 매체 성향이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그냥 집행해 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실장은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매체에 광고지원을 하는 건 해당 매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비등하던 박 전 대통령이나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친정부적 언론에는 광고를 내거나 자금을 지원하고, 입맛에 들지 않는 언론에는 광고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김 전 실장은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의 언론 등 대외 광고 발주 실태를 파악ㆍ분석해 이를 근거로 “향후 정부 광고발주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당시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조윤선 정무수석, 윤창번 미래전략수석, 김상률 교육문화수석에게 지시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앞서 김 전 실장은 보수 단체를 동원, 제도적 장치를 이용해 언론을 견제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같은 해 8월 8일 실수비 결과 보고서를 보면 김 전 실장은 “지금과 같이 사실(fact)과 다르게 과장, 왜곡보도 하는 경우가 많은 언론 환경 하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좋은 제도적 장치 중의 하나가 곧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라고 말했다. 방심위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민원이 제기되면 이를 근거로 심의해 주의, 경고 등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방송이나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사업자 승인에 결정적인 벌점이 부과될 수도 있다.

김 전 실장은 보수단체를 동원해 민원을 제기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당시 윤두현 홍보수석과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을 상대로 “정부 여당에 대한 부당한 과장, 왜곡, 명예훼손 보도시에는 정부당국에서 일일이 지적하기에 앞서 건전한 시민단체 등이 홈페이지에 문제점을 적극 지적하는 등 방심위 기능을 적극 활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 줄기차게 등장하는 건전 단체는 어버이연합 등 보수 단체를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 열흘 뒤인 2014년 4월 25일 실수비에서도 김 전 실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에 유언비어, 국론분열 발언, VIP(박 전 대통령) 비방 등이 제기될 때는 일단 해당 사이트에서 즉각 내리도록 하는 조치와 함께 이를 응징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무엇이 있는지(정정보도 청구, 끝까지 추적 처벌 등) 판단하여 처리할 것”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비판 여론에 귀 닫고 소통하지 않았던 박근혜 정부의 성향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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