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효숙 기자

등록 : 2017.03.18 11:21
수정 : 2017.03.18 11:21

[팩트파인더] ‘국가기밀’ 대통령기록물, 통제할 해법은?

등록 : 2017.03.18 11:21
수정 : 2017.03.18 11:21

어떤 기록 이관할지 사전 검증 불투명

기록물 지정권자도 불명확해 논란 증폭

학계, “기록물 유출ㆍ폐기 대책 시급”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동시에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이 시작되면서 대통령기록물 지정과 보호 문제가 주목 받고 있다.

이관은 시작됐지만 절차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장치가 전무해 각종 기록물에 대한 유출ㆍ폐기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과 함께 회의를 열고, 대통령기록물 이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통령 재임시 생산한 모든 기록물은 자료 보존과 알권리를 위해 퇴임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른 조치다.

현행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은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모든 과정과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ㆍ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 업무와 관련해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 도서, 대장, 카드, 도면, 시청각물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 자료가 기록물 대상이다. 기록물 생산기관은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을 비롯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민대통합위원회 등 22곳이다. 법에 따라 이들 기관들은 자체적으로 문건을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해 차기 대통령 임기 시작 전까지 기록물 이관을 완료해야 한다. 19대 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로 지정됨에 따라 차기 대통령 임기가 시작하는 5월 10일 이전까지는 대통령기록물 이관을 마치는 것이 원칙이다.

문제는 자료 이관에 대한 사전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추후 정상적 이관여부를 검수하기 위해 사용하는 목록도 청와대가 만든 1차 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청와대 출입기록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 자료 등을 이관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얘기다.

물론 청와대 측에서 무단으로 자료를 폐기하거나 은닉할 경우 처벌은 가능하다. 대통령기록물을 무단으로 파기하거나 국외로 반출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무단 은닉이나 유출ㆍ손상시킬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업무 수첩을 들고 사저로 들어 갔다면 이 역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이다. 따라서 처벌 대상이지만, 문제는 사전에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통령기록물 지정 문제도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예상된다.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르면 대통령(대통령 권한대행 및 당선인 포함)이 지정한 기록물은 15년 범위에서 열람을 제한하는 보호기간을 설정할 수 있다.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물은 30년의 범위에서 설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부재 상태에서 대통령 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두고 학계에서는 당사자가 아닌 대행이 대통령 기록물을 지정하는 것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는데다 향후 수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등을 앞둔 상황에서 황 대행이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의 기록 등 관련 수사자료를 대통령의 사생활 기록물로 지정하게 되면 향후 30년간 확인하기 쉽지 않다.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 발부로 제한적 열람이 가능하지만, 검찰이 수사 관련 문건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미 황 대행은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요청과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 한 전례도 있다.

박종연 한국기록전문가협회 사무국장은 “현재로서는 청와대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ㆍ폐기를 감시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법 개정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청와대 직원의 접근을 차단하고 검찰이 수사를 위한 기록물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페이스북

한국일보 트위터

한국일보닷컴 전체기사 RSS

RSS

한국일보닷컴 모바일 앱 다운받기

앱스토어구글스토어

한국일보닷컴 서비스 전체보기

Go

뉴스 NOW

이전

  • 종합
  • 정치
  • 사회
  • 경제
  • 국제
  • 문화
  • 연예
  • 라이프
  • 스포츠

다음

오늘의 사진

전국지자체평가

많이 본 뉴스

  • 1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