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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테헤란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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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테헤란밸리

입력
2014.01.23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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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 밸리.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에 IT관련 기업들이 대거 밀집해 있다고 해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빗대어 붙인 이름이다. 1990년대 말 닷컴 열풍부터 2000년대 벤처 버블기까지 테헤란 밸리는 우리나라 IT산업의 메카 역할을 해왔다.

왜 하필 테헤란로였을까. 업계 관계자는 "경기호황과 부동산 규제완화로 테헤란로에 대형 오피스텔과 주상복합빌딩이 대거 지어지면서 저렴한 사무실이 많았다. 게다가 당시 정보통신부는 IT업체 지원을 위해 초고속인터넷망을 테헤란로에 먼저 구축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당시 10~20명 직원이 근무하는 1세대 벤처기업이 촘촘히 입주했고 2000년대 중ㆍ후반까지 강남역과 삼성역 사이 주요 건물에는 IT업체들이 잇따라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테헤란 밸리 시대도 이제 막을 내리고 있다. 테헤란 밸리에서 싹을 키웠던 IT기업들은 이미 수천명 직원을 거느린 기업으로 성장했고, 무엇보다 임대료가 너무 오르는 바람에 하나 둘씩 '탈(脫)테헤란 밸리'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테헤란 밸리를 떠난 IT기업들의 행선지는 '판교밸리'다.

가장 최근 큰 규모의 이동은 게임사 넥슨이었다. 1994년 10여명이 서울 강남 선릉역 인근에서 창업했던 넥슨은 지난해 말 테헤란로 5~7개 빌딩에 흩어져 있던 1,500명 직원들을 이동시켜 판교 테크노밸리 신사옥으로 모았다. 넥슨의 새로운 사옥은 대지면적 9,117제곱미터(㎡) 총 15층 규모로 내부에는 직원식당, 직원전용 카페테리아, 옥상정원, 수면실 등도 갖췄다. 넥슨 관계자는 "20년 만에 첫 사옥을 갖게 된 직원들의 만족감이 높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게임사 엔씨소프트 역시 지난해 강남을 떠났다. 엔씨소프트는 2008년 완공한 독특한 디자인의 강남 사옥에 입주해 있었지만, 지난해 2,000여명 직원이 모두 판교로 이사를 했다. 이 밖에도 네오위즈게임즈, 카카오, 블루홀 등 굵직한 ITㆍ게임 기업들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테헤란로를 떠났다.

특히 올해 8월이면 1997년부터 자리를 지켰던 삼성SDS도 서울 잠실의 새 사옥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직원 7,000여명가량이 테헤란로에서 자리를 비울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외국계 IT기업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마저 지난해 사옥을 광화문으로 옮겼다.

부동산서비스 업체 교보리얼코 관계자는 "임대료나 관리비용 등을 따져보면 판교테크노밸리가 테헤란밸리에 비해 50%가량 저렴한 수준"이라며 "실제로 지난해 엔씨소프트 등 IT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강남권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IT기업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분위기가 '강남스타일'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요즘 게임 개발자나 IT엔지니어들은 연봉보다 근무환경이나 사내 복지를 우선 고려한다. 그리고 창의적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캐주얼한 복장과 유연한 근무 문화가 필요한데 이게 강남의 분위기와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회사도 임대료가 높은 강남에선 사원 복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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