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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맞대결 '터널'과 '국대2'에 숨은 사연

입력
2016.08.0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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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전을 펼치고 있는 여름 극장가가 10일 더욱 뜨거워진다. 어느 날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생존기를 담은 ‘터널’(감독 김성훈)과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급조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의 실화를 그린 ‘국가대표2’(감독 김종현)가 맞붙으며 흥행전선이 확장된다.

같은 날 개봉이라는, 얄궂은 운명에 놓인 두 영화는 재난과 스포츠라는 긴박한 상황을 스크린에 펼치며 막판 여름시장에 가세한다. 영화 ‘부산행’이 지난 7일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인천상륙작전’은 500만을 넘겼다. 여기에 ‘덕혜옹주’가 2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여름시장이다. 하지만 더위로 관객들이 극장가에 몰리고 있어 두 영화는 한껏 고무돼 있다. 흥행대전 ‘참전’을 앞둔 두 영화의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를 들여다봤다.

10일 영화 ‘터널’은 자동차 세일즈맨 이정수(하정우)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속에 갇히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쇼박스 제공
10일 영화 ‘터널’은 자동차 세일즈맨 이정수(하정우)가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속에 갇히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다. 쇼박스 제공

묘하게 얽힌 하정우와 오달수, 김성훈 감독

맞대결을 펼칠 ‘터널’과 ‘국가대표2’는 여러 연결 고리로 이어져있다. ‘천만 요정’ 오달수는 두 영화의 감초다. 구조대장 대경(‘터널’)과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감독 대웅(‘국가대표2’)으로 각각 변신해 현실적인 대사로 깨알 재미를 주다가도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진가를 과시한다.

하정우도 두 영화에 얽혀 있다. ‘터널’의 주인공이면서 ‘국가대표2’에도 깜짝 등장한다. ‘국가대표2’에는 전편인 ‘국가대표’(2009)의 스키점프 대표팀 차헌태(하정우)가 멋지게 활강하는 장면이 삽입됐다. ‘국가대표’와 ‘국가대표2’의 제작사 KM컬쳐의 박무승 대표는 “제목도 같은 ‘국가대표2’이기 때문에 전편과 연결되는 장면을 꼭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영화가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다뤘고, 열악한 환경을 이겨낸 선수들의 도전기인만큼 둘을 연결할 장면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하정우가 자신이 출연한 장면을 삽입하는 걸 거절했다면 아마 (‘국가대표’의 다른 출연자인)김동욱이나 김지석, 최재환에게 요청해 그들의 모습이 나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터널’의 김성훈 감독도 ‘국가대표2’와 간접적으로 연이 있다. 관객 3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끝까지 간다’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이지만 데뷔작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의 흥행 참패 뒤 8년이라는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중 3년 동안은 KM컬쳐에서 ‘끝까지 간다’의 연출을 준비했다. 여러 돌발변수가 생기면서 ‘끝까지 간다’는 KM컬쳐와 끝내 만들지는 못했다.

영화 ‘터널’은 수많은 취재진과 경찰인력이 동원된 장면을 통해 통렬한 사회 비판을 한다. 쇼박스 제공
영화 ‘터널’은 수많은 취재진과 경찰인력이 동원된 장면을 통해 통렬한 사회 비판을 한다. 쇼박스 제공

보조출연자에 90도 절한 ‘터널’

‘터널’은 마땅한 촬영 장소를 찾는 것부터 난관을 겪었다. 제작진은 촬영 한 달 반을 남겨두고 강원도에서 1980년대 폐쇄된 터널 하나를 찾아냈다. 30년 이상 방치된 터널이라 외관부터 정비해야 했다. 제작진은 터널 입구부터 200m 거리를 아스팔트 포장했다. 순제작비 약 80억원 중 10억원이 길을 닦는데 들어갔다. ‘터널’의 이동윤 총괄 PD는 “생각지도 못한 예산이 들어갔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만족도가 높았다”며 “재난 영화의 특성상 사실적인 영상을 담아내야 했기에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산 속에 자리한 촬영지는 험난했다. 겨울에 촬영한 탓에 비나 눈이라도 내리면 비포장 길이 질퍽거려 차를 두고 걸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보조출연자들에겐 최악의 조건이었던 셈. 오랜 기다림과 영하의 추위에 진이 빠진 이들에게 올라가는 데에만 한 시간이 걸리는 고행이 제작진 입장에선 곤혹스러울 수 밖에. 이 PD는 “주인공 정수(하정우)가 갇힌 터널 앞에서 취재진과 경찰이 대치하는 장면은 보조출연자의 역할이 중요했다”며 “그분들께 ‘제발 도와달라’고 90도로 절하며 사정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하정우와 개 사료를 나눠 먹으며 ‘우정’을 나눈 퍼그 견은 김 감독이 추천했다. 터널이라는 설정 탓에 어둡고 폐쇄된 공간에서 촬영을 해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견종이 필요했다고.

영화 ‘국가대표2’는 ‘국가대표’의 스키점프 장면에서 흘러 나왔던 러브홀릭스의 노래 ‘버터플라이’를 삽입했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영화 ‘국가대표2’는 ‘국가대표’의 스키점프 장면에서 흘러 나왔던 러브홀릭스의 노래 ‘버터플라이’를 삽입했다.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이유 있는 OST 재활용 ‘국가대표2’

“태양처럼 빛을 내는 그대여/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국가대표’에서 하정우 김지석 등이 스키점프를 할 때마다 흘러나오던 OST ‘버터플라이’(노래 러브홀릭스)가 ‘국가대표2’에도 그대로 실린다. ‘지나친 재활용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수애와 오연서 하재숙 등이 아이스하키복을 입고 링크에 들어서자마자 복받치는 감정을 감출 수 없다.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등의 음악을 담당한 이재학 음악감독이 ‘국가대표2’ 음악까지 맡았다. 박무승 대표는 “이 감독과 상의 끝에 ‘버터플라이’를 능가할 만한 음악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영화와 OST가 하나로 떠올랐으면 했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3’ 등을 제작하고픈 바람이 노래에 담긴 셈이다.

제작진은 ‘버터플라이’의 리듬에 맞는 아이스하키 경기 장면을 위해 6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박진감을 살렸다. 빙판 위 선수들의 빠른 움직임을 잡아내기 위해 고속 카메라와 드론도 합세했다. 촬영팀은 촬영용 썰매를 제작해 쓸 정도로 선수들을 근접 촬영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 총 6개월의 촬영기간 중 2개월을 아이스링크에서 보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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