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2차 승부처였던 15일 ‘미니 슈퍼 화요일’에서도 승리하면서, 그의 최종 후보 저지방안을 놓고 공화당 주류 진영에서 내분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7월 전당대회에서 ‘중재 전당대회’를 열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라이언 의장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자 트럼프는 ‘폭동’을 언급하며 공화당 주류 진영의 중재 전당대회 움직임에 맞섰다.
16일 뉴욕타임스와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존 베이너 전 하원의장은 이날 오전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7월에 중재 전당대회가 열려야 하며, 나는 라이언 의장이 후보로 지명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중재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현재 경선주자 3명(트럼프, 크루즈, 케이식) 가운데 그 누구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라이언 의장을 후보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 전당대회는 예비 경선 1위 후보가 확보한 대의원이 전당대회에서 과반에 미달할 경우 당 지도부가 직접 개입해 투표를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제도다. 민의를 거스르지만 공화당 규정상 각 주에서 치러진 예비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도 중재전당대회 후보가 될 수 있다.
전임자의 추천에 대해 라이언 의장은 대변인은 물론이고 본인이 직접 나서 가능성을 일축했다. 애쉴리 스트롱 대변인은 “라이언 의장은 현재 경선에 참여 중인 주자가 후보로 지명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도 의회전문지 ‘더 힐’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분명하게 ‘없다’는 게 내 대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의를 거스를 경우 정치생명까지 위협받는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가 남은 경선에서 충분히 많은 득표를 얻어 과반수(1,237명)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공화당 주류는 현재까지 트럼프 득표율이 50%를 넘지 못하는 만큼 7월 전당대회까지 과반수 대의원을 모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 루비오 의원의 경선 포기로 트럼프의 과반수 대의원 확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반 트럼프 진영이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과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로 양분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위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트럼프의 대의원 과반수 확보를 저지하려면 사퇴한 루비오 지지자의 80%로부터 표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루비오 의원이 독불장군 성향의 크루즈 의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던 만큼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뉴욕 주 등 아직 남은 경선 지역의 대의원 배정방식을 감안할 경우, 지금까지와 비슷한 42% 수준의 득표율을 유지한다면 트럼프가 과반수 대의원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종구성과 학력 분포를 고려하면 172명 대의원이 걸린 6월7일 캘리포니아 경선이 마지막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지역보다 트럼프에 부정적인 히스패닉과 고학력 유권자가 많기 때문에 공화당 주류가 캘리포니아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저지하거나, 득표율을 크게 낮춘다면 승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편 트럼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내 스스로 과반수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1,000명 가량의 대의원을 얻은 내가 후보가 되지 못하면, 폭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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