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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한국사회에서 길고양이로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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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한국사회에서 길고양이로 산다는 것은

입력
2017.07.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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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한 지방 도시에서 피부괴사증상을 보이는 길고양이가 발견돼 구조됐다. 한 동물보호단체가 고양이를 서울로 데려오면 치료할 예정이었는데 올 수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해당 보호소에서 고양이를 안락사 시켰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단체는 갑자기 안락사 된 이유를 알아봤지만 안락사 결정 기준이나 근거가 없었다.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되는 물건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씁쓸했다.

길고양이는 주인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학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단지 보기 싫다는 이유로 먹이에 쥐약을 타서 놓는 바람에 고양이들이 떼죽음을 당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쥐약, 즉 살서제를 먹은 고양이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며 죽어가는 지 생각해 보고 한 일인지 궁금하다.

쥐약은 종류가 다양하고 각 약물마다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통증 부위가 다르다. 예컨대 항응고성 쥐약은 전신의 핏줄을 터뜨려 수주 동안에 걸쳐 피를 흘리다가 죽게 만든다. 브로메탈린 쥐약은 2주간 근육경련, 발작, 마비, 호흡곤란에 시달리다가 죽게 한다. 극심한 구토와 설사, 심장 부정맥이 나타나기도 하고 마치 강제로 목을 조르는 것처럼 호흡곤란에 시달리다가 저산소증으로 죽어가게 만드는 약품도 있다.

공통점은 매우 처절하고 고통스럽게 고양이를 죽게 만든다는 것이다. 쥐약 뿐 아니라 불에 태우거나 고무줄로 사지를 묶어 몸이 썩어가게 하는 등 길고양이를 학대한 방법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다.

대학 내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학생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길고양이 급식소에 사료와 물을 주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대학 내 길고양이 돌봄 동아리 학생과 동물보호단체 활동가가 길고양이 급식소에 사료와 물을 주고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제공

반면 길고양이를 돌보고 공존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이 중성화수술(TNR)에 동참해 길고양이의 개체 수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국회, 공원 등에도 길고양이 급식소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 재개발을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에서는 단지 내 길고양이의 생태적 이주를 위해 민관이 합쳐 방법을 찾고 있다.

이리온 동물병원에서도 동물보호단체 ‘나비야 사랑해’와 ‘희망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아픈 유기묘를 구조해 치료 후 다시 입양 보내는 사업으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약 40여 마리의 고양이들에게 새 삶을 찾아줬다.

중학생인 조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에 “유기견 한 마리를 데려온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겠지만 그 개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일입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감동적이고 가슴 뜨거워지는 문구다. 이는 유기견뿐 아니라 길고양이에게도 해당되는 얘기다. 길고양이 한 마리에게 측은지심으로 대하면 그 고양이에게는 세상이 바뀌는 것일 수 있다. 떠도는 길고양이와 유기견들을 좀 더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미경 수의사 (이리온 동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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