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정비율 20~30%에 불과
대한항공ㆍ아시아나 양대항공도
자체 정비시설로는 역부족
국내 전문업체 선정 3년째 지연
외국업체에 연 9000억원 지불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월 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인천공항으로 출발하려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조종 계통 이상으로 출발이 11시간 지연되면서 승객 268명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휴를 마치고 출근을 앞둔 일부 승객은 불가피하게 휴가를 내야 했다.
항공운송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비 미흡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ㆍ결항 건수도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항공사의 정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고 항공유지보수정비(MRO)를 맡길 업체가 없어 늘어나는 항공정비를 중국 싱가포르 대만 등에 맡기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해외로 흘러나가는 정비비용이 한해 9,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5년 1월 MRO 사업자 선정을 공고한 뒤 3년간 결론을 내지 못하는 정부의 늦장 대응 탓이다. 당국은 뒤늦게 사업자 선정 작업 절차에 속도를 내며 조만간 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6일 국토교통부가 취합한 내년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신규 항공기 도입 계획에 따르면 LCC 6개사 보유 항공기 대수는 올해 122대에서 내년 말 148대로 늘어난다. 현재 여객기 131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내년 20대를 늘릴 계획인 대한항공에 맞먹는 규모다. 그러나 정비 인력은 이 같은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90% 이상을 자체적으로 정비하는 대한항공의 정비사가 2,700여명(올 3월 기준)인데 LCC 6개사의 정비사는 모두 합쳐도 1,000여명에 불과해 자체 정비율이 20~30%에 그친다. 아시아나도 50~60% 정도여서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정비는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급증하는 정비 수요를 외부 업체들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항공기 지연ㆍ결항 건수도 매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학재 바른정당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등 국내 15개 공항에서 정비 미흡으로 인해 발생한 항공기 지연ㆍ결항 건수는 2013년 1,232건에서 지난해 1,694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내에는 항공기 정비 전문업체가 아직 없다. 이 때문에 항공사들은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중정비를 비롯해 보수나 정비를 위해 중국 싱가포르 대만, 최근에는 몽골 인도네시아까지 항공기를 내보내고 있다.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춘 대한항공(자회사 진에어 포함)과 아시아나(자회사 에어부산 포함)도 2014년 6,400억원을 해외업체에 지불했다. 항공안전기술원은 연 평균 7%씩 늘고 있는 국내 MRO 수요를 고려할 때 2023년 해외로 유출되는 비용이 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2020년 국내 항공 MRO 시장규모가 군수 부문을 포함해 약 4조2,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조만간 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달 사업계획서를 수정, 보완해 제출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사업자로 선정되면 경남 사천시 본사 인근 31만㎡(9만평) 부지에 MRO 사업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KAI 측은 늦어도 내년 1월 정부가 결론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RO 사업은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자리 창출에 부합하는 사업인 데다 급격히 커지고 있는 항공산업 분야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어서 사업자 선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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