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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포비아 NO…청년 멘탈 지키는 마인드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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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포비아 NO…청년 멘탈 지키는 마인드링크

입력
2017.04.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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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광주 신안동의 청년 특화 정신건강센터 '마인드링크'에서 20대 회원들과 황연희 전남대 운동생리학 박사의 지도에 따라 리듬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10일 오후 광주 신안동의 청년 특화 정신건강센터 '마인드링크'에서 20대 회원들과 황연희 전남대 운동생리학 박사의 지도에 따라 리듬운동에 열중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브이 스텝, 투 스텝, 크로스 스텝, 망고 스텝~”

10일 오후 3시 광주 신안동의 정신건강센터 ‘마인드링크’ 회의실에서 20대 청년 5명이 리듬운동에 열중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각종 과체중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청년 회원들을 위한 ‘신체건강과 정신건강 회복 운동 프로그램’ 중 하나. 가벼운 몸 풀기로 시작된 운동은 걷기와 점프가 반복됐고, 20분 정도 지나자 청년들의 숨은 거칠어졌다.

지칠 새도 없이 청년들은 강사인 황연희 전남대 운동생리학 박사가 만든 라인댄스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미국 유명 밴드 마룬5의 ‘Maps’ 등 빠른 템포의 팝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 이들의 ‘댄스’는 1시간 가까이 계속됐다. 조현병 등의 초기 증상 단계를 겪으며 지난해 9월부터 이곳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는 대학생 A(25)씨는 “학교에서의 괴롭힘 등 각종 트라우마로 (정신이) 망가져 있었다“며 “이렇게 땀을 흘리면 모든 스트레스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라고 밝게 웃었다.

지난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과 지난달 인천 8세 초등학생 살해 사건은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을 불러냈다. 이들 사건의 범인이 조현병 환자라고 알려지면서 “조현병 환자들은 격리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이 나오고, ‘조현병 포비아(공포증)’까지 거론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사회인식이 잘못됐다고 강조한다. 조현병은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니, 잠재적 위험요인으로 치부할게 아니라 조기 치료에 나서는 게 보다 건강한 인식이라는 것이다.

먼저 전문가들은 조현병 환자들의 강력범죄 가능성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고 지적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인구 10만명당 범죄자 수는 68.2명인 반면,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 10만명당 범죄자 수는 33.7명이다. 정신질환자가 일으킨 범죄 횟수가 일반인보다 현저히 낮다는 게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조현병 환자들은 전혀 위험하지 않으니 그냥 둬야 하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고개를 젓는다. 2006~2015년 10년 동안 발생한 이른바 ‘묻지마ㆍ분노조절장애 범죄’ 46건 중 4분의 1 가량인 13건의 가해자가 조현병 환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만큼 이에 대한 적절한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적절한 검진과 치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학계에서는 16~24세 청년 및 청소년 중 4명 중 1명이 정신증을 앓고 있지만 제대로 된 검진과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현병에도 골든 타임이 있다”고 말한다. “4명 중 3명이 25세 이전에 발병하고 절반은 15세 이전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조기에 치료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는 것이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마인드링크가 15~29세 82명을 대상으로 초기 정신질환 치료 사업을 실시한 결과, 재입원 기간이 2,081일에서 443일로 80% 가량 줄고, 자살시도 건수도 34번에서 5번으로 급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안정적인 의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마인드링크에서 만난 청년들은 “병원에서는 환자가 많아 10분 이상 상담을 받기도 힘들다” “기존의 정신건강증진센터는 30, 40대 중증환자가 대부분이라 쉽게 어울리기가 힘들다” 등의 이유로 일반 병원의 정신과 진료를 꺼리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는 기자가 찾은 마인드링크가 지난해 6월 개원해 전문시설로는 유일무이하게 운영되고 있다. 마인드링크를 설립한 광주북구정신건강증진센터의 나기회 상임팀장은 “작년에 신규 등록한 회원의 절반이 20대 청년일 정도로 젊은 층의 관심이 높다는 점을 주목해달라”고 했다. 그는 “기존에는 청년들이 낙인효과 때문에 정신건강 서비스를 찾지 않으려는 인식이 강했다”며 “적절한 시설과 서비스만 갖춘다면 정신건강 서비스에 참여하려는 청년들의 욕구가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인드링크를 찾은 이들 중에는 완치에 성공한 사례도 여럿 있다. 지난해 마인드링크를 찾은 20대 초반의 B씨는 일주일에 2, 3번씩 환청이 들리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관계망상에 시달렸지만, 3개월 치료 끝에 완치됐다. B씨는 “상담을 통해 제가 비정상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가지는 것이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털어놨다.

조현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여전히 치료의 걸림돌이다. 폭력사고 발생률은 조현병 치료를 받을 경우 치료 전에 비해 7% 가량 감소한다는 각종 국제학술지 보고가 있지만, 여전히 정신치료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 때문에 병원 등의 문을 두드리기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신병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취업 불이익 등 사회 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생각에, 혼자 끙끙 앓다 병을 키우는 게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김혜련 광주북구정신건강증진센터 조기중재팀장은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검진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의 편견을 깨는 것, 누군가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것, 그래서 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늦지 않게 열어주는 것이 안전한 사회의 첫발이다.

광주=정반석기자 banseok@hankookilbo.com

10일 오후 광주 신안동 마인드링크에서 20대 회원 1명이 마인드링크 센터장인 김성완 전남대 정신의학과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반석 기자
10일 오후 광주 신안동 마인드링크에서 20대 회원 1명이 마인드링크 센터장인 김성완 전남대 정신의학과 교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반석 기자
지난해 4월 마인드링크의 청년 회원들이 운동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등산을 등산하고 있다. 마인드링크 제공
지난해 4월 마인드링크의 청년 회원들이 운동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무등산을 등산하고 있다. 마인드링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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