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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이스라엘을 막아라, BDS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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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이스라엘을 막아라, BDS운동

입력
2017.03.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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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인 'BDS' 운동을 조직화한 팔레스타인 BDS 위원회(BNC) 홈페이지. BNC 홈페이지 캡처.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인 'BDS' 운동을 조직화한 팔레스타인 BDS 위원회(BNC) 홈페이지. BNC 홈페이지 캡처.

12일(현지시간) 영국인 휴 래닝(64)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돌연 ‘입국 거부’를 당했다. 최근 수년간 십여차례 아무런 문제 없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그로서는 황당무계한 일. 이후 구금돼 연이어 이민당국의 심문을 당한 래닝은 다음날인 13일 영국으로 강제 송환됐다. 주영 이스라엘 대사관은 이민부 장관의 결정에 따른 조치라며 “(래닝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부와 연관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래닝의 입국 거부 사유는 따로 있다. 그는 2009년부터 꾸준히 친(親)팔레스타인 활동을 펼쳐 온 영국계 비영리 단체 팔레스타인 연대 캠페인(PSC) 의장이다. PSC는 영국 내 거대 노동조합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지배에 저항하는 보이콧 캠페인, ‘비디에스(BDS)’ 운동에 동참하도록 설득해 왔다. 보이콧(boycott), 투자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s)의 약자인 BDS는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 및 인종차별을 끝내기 위해 2005년부터 이어진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경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급기야 6일 자국 또는 자국 기업을 보이콧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래닝 의장은 최초 법 적용 사례가 됐다.

입법 이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려는 외국인의 입국을 방해하는 일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관련 법제 없이도 친팔레스타인 성향의 활동가로 추정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수색ㆍ검문을 강행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이메일 계정을 요구했다. 지금 이 기사에 내 본명과 사진이 없는 이유기도 하다. 다만 입법을 통해 이스라엘 자체적으로 ‘합법적’ 입국 거부를 하겠다고 선포한 점이 종전과 차이다. 이동 및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 입법을 강행할 만큼 이스라엘은 BDS에 강력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2015년 10월 미국 뉴욕 도심에서 열린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 집회. BDS운동 페이스북 캡처.
2015년 10월 미국 뉴욕 도심에서 열린 이스라엘 보이콧 운동 집회. BDS운동 페이스북 캡처.

BDS가 이만큼 성과를 낸 데는 보이콧 타깃을 이스라엘 기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 힘이 컸다. BDS의 진짜 목적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체제와 연관된 공모자들을 끊임없이 밝혀냄으로써 이들이 우리 주변에 친숙하게 들어와 있음을 상기시키는 데 있다. 때문에 BDS 대상에는 이스라엘의 지배 체제에서 이익을 취하는 유명 글로벌 기업은 물론, 지배를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문화ㆍ학술적 활동들도 포함돼 있다.

실제 BDS운동의 취지는 세계 각지에서 점차 공감을 사고 있다. 2015년 11월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 정부가 요르단강 서안지구 및 예루살렘에 무단 조성한 유대인 정착촌을 규탄하는 차원에서 정착촌에서 생산된 수출품에 생산지 표시를 의무화했다. 벨기에, 노르웨이 등에선 일부 공공기관이 나서서 이스라엘 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했고, 빌 게이츠의 자선재단인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역시 팔레스타인 수감자 수용 시설을 경비하는 영국계 보안업체 ‘G4S’에 대해 투자를 철회했다.

학계ㆍ종교계에서도 동참 사례가 나오고 있다. 2013년 5월 영국의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이 예루살렘에서 개최하는 학회 참가를 공개적으로 거부했으며, 이듬해에는 미국 최대 교단인 미국장로교(PCUSA)와 연합감리교회(UMC)가 이스라엘의 점령 공모 기업으로 지목된 모토로라, 휴렛패커드(HP), 캐터필러에 대한 투자 철회를 단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스라엘이 초조해지는 것도 당연하다. 점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마다 ‘반유대주의’ 딱지를 붙여 대응하는 것으론 역부족이 됐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BDS운동이 활발한 국가를 중심으로 해당국 대사관에 BDS 감시 및 제지를 담당할 전문 요원을 파견했다. BDS의 손길을 피하기 위한 이렇게 은밀한 움직임부터 활동가들의 입국 금지까지, 이스라엘은 반민주주의적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스스로 고립시키고 있다.

한국도 BDS를 통해 이스라엘을 당당히 거부한 사례가 있다. 2014년 8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과 협력 하 이스라엘 특별전을 개최하려던 EBS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를 규탄하며 국내 영화계 종사자 129명이 대사관 후원 및 특별전 철회를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캠페인은 성공했고 2015년 서울인권영화제 등 19개 영화제 및 단체들이 BDS운동에 동참을 선언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우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해 2,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내던 그때 이를 통해 최소한의 양심을 지킬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새라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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