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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수수료 평생 무료까지… 출혈경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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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수수료 평생 무료까지… 출혈경쟁 논란

입력
2017.09.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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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거래 플랫폼 선점 위해

무료 기간 제공하며 유치전

“원가 무시한 출혈 메우기 위해

신용대출 증가 등 폐해 예상돼”

직장인 황모(37)씨는 최근 A증권사에서 NH투자증권으로 주식 계좌를 옮겼다. NH투자증권이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 주식 거래 주식 수수료를 평생 안 받겠다는 파격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황씨는 “증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이 거의 비슷해 주식수수료라도 아낄 생각에 증권사를 갈아탔다”며 “이제 돈을 주고 주식거래를 하면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는 고객이 급증하며 모바일 주식 거래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무료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에도 증권사들이 일정 기간 수수료 무료를 내건 판촉을 펼치긴 했지만, 최근엔 수수료 무료 기간이 파격에 가까울 만큼 길어졌다. 역마진을 감수한 증권사들의 이 같은 영업 방식을 두고 소비자들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원가를 무시한 지나친 출혈 경쟁으로 결국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모바일 주식 거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고객 유치전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은 지난 5월 휴면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수료 무료 기간 3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곧 바로 신규 고객까지 포함해 같은 혜택으로 맞불을 놨다. 이에 신한금융투자도 무료 기간을 13년까지 늘리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 기록도 NH투자증권이 수수료 평생 무료를 내걸면서 두 달 만에 깨졌다. 최근 NH투자증권의 모바일증권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나무’ 가입자는 하루 평균 800여명 수준이다. 종전보다 평균 8배 가량 급증한 규모다.

물론 NH투자증권으로선 출혈이 불가피하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644억원의 주식거래 수수료 수익을 거뒀다. 이중 모바일 수수료가 약 190억원에 달했다. 안인성 NH투자증권 상무는 “온라인 게임회사들이 모바일로 전환할 때 게임은 무료로 하되 프리미엄 아이템을 붙여 파는 사업모델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앞으로 자산관리 서비스 등 유료서비스 제공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A증권사 관계자는 “영업 방식이 수수료 따먹기에서 자산 유치로 이동한 만큼 시기의 문제일 뿐 모바일 수수료 무료는 정해진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결국 플랫폼 승자만 살아남을 것이란 위기감의 발로란 해석도 적잖다. 하지만 출혈 경쟁에 따른 폐해도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일 “원가를 무시하고 무조건 수수료를 공짜로 해준 증권사들은 결국 부족해진 수입을 메우려고 신용대출 등에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증권사간 수수료 무료 경쟁이 장기적으로도 소비자에게 유익한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주식수수료 무료는 결국 이를 미끼로 신용대출 등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최근 업계 안에서도 무료 경쟁이 지나친 거 아니냐는 비판이 적잖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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