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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피아노 치기는 뇌에 어떤 영향을 주나

입력
2017.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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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피아니스트의 빠른 손놀림에 대해 일본의 의학박사 후루야 신이치는 그 답이 고도로 효율화된 뇌에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피아니스트의 빠른 손놀림에 대해 일본의 의학박사 후루야 신이치는 그 답이 고도로 효율화된 뇌에 있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초절기교((超絶技巧)),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고난도인 연주기술을 뜻하는 말이다.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같은 곡에서 눈으로 감별이 안될 만큼 빠르게 움직이는 연주자들의 손가락은 늘 경이와 의문의 대상이다. 일본의 의학박사 후루야 신이치도 같은 의문을 품었다.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은 어떻게 그토록 빠르게 움직일까, 피아노를 칠 때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오사카대 의학계 연구과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고베 국제학생음악콩쿠르 입상을 비롯해 수 차례 독주회를 연 수준급 피아니스트이기도 하다. 피아노를 사랑해 밤낮없이 연습을 하던 그는 어느 날 몸에 이상을 느끼고 연주를 중단하게 된다. 그리고 그때부터 인체와 피아노 치기의 연관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저서 ‘피아니스트의 뇌’(끌레마 발행)는 의학과 공학, 음악을 융합시킨 ‘음악연주과학’ 분야에서 선구적 위치에 오른 저자가 음악과 인체의 신비를 뇌과학을 통해 풀어낸다. 그가 밝혀낸 빠른 손의 비밀은 손가락 길이나 근력이 아닌 뇌에 있다.

손가락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세포가 집중적으로 몰린 뇌 부위를 운동피질이라고 한다. 스위스 취리히대 양케 교수 일행은 손가락을 활발하게 움직일 때 운동피질의 신경세포가 얼마나 많이 활동하는지, 일반인과 피아니스트를 대조해 실험했다. 당연히 피아니스트의 뇌가 더 요란하게 움직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일반인들의 뇌가 훨씬 더 바빴다. 그 이유는 뭘까. 답은 고효율이다. 신경세포가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두 집단에게 같은 양의 노동을 시켰을 때, 일반인 5명이 필요한 일에 피아니스트는 3명만 나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피아니스트의 뇌는 일반 사람이 어려워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그다지 많은 신경세포를 일하게 하지 않고도 처리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이 가능한 뇌가 되어 있다.”

이런 ‘고효율 뇌’는 피아노 치기 외 다른 활동에도 소용이 있을까. 이는 자녀를 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피아노를 치면 머리가 좋아지나요?’에 대한 답변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언어 발달엔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됐지만 수학에 있어선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음악과 언어는 음높이와 리듬, 문법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크라우드 교수 연구팀은 음악과 언어를 들을 때의 뇌활동을 연구, 음악가가 일반인보다 언어를 알아듣는 능력이 더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 미국인에게 중국어를 들려주는 실험을 했을 때 음악가가 음높이의 차이를 더 예민하게 감지하고 알아들은 것, 즉 “음악 훈련의 효과가 언어 처리 능력으로 전이”된 셈이다.

그러나 수학과 음악의 관련성은 분명치 않다. 천재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늦은 밤 바이올린을 연주하다가 “알아냈어”라고 외쳤다는 일화는 대중의 환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책에 따르면 음악과 수학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 중 정비례의 결과를 끌어낸 사례는 전체의 절반 정도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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