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뒤끝뉴스] 밀양 세종병원도 ‘사무장병원’이라는데…구별법은?

알림

[뒤끝뉴스] 밀양 세종병원도 ‘사무장병원’이라는데…구별법은?

입력
2018.02.17 10:00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달 26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에서 난 화재 참사는 사망자 49명과 부상자 143명이라는 막대한 인명 피해를 남겼습니다. 그런데 세종병원이 이른바 ‘사무장병원’이라는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는데요. 이에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세종병원 화재사고 수사본부(본부장 진정무 경무관)는 지난 12일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의료법인을 부당하게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는 등 속칭 사무장병원 정황이 일부 포착돼 관련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누구나 한 두 번쯤은 들어본 사무장병원은 대체 정체가 뭘까요. 사무장병원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사무장)이 실 소유주인 병원을 가리킵니다. 일반인이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열거나, 의료법인ㆍ비영리법인ㆍ소비자생활협동조합(생협) 등을 세워 법인 소유의 병원을 차린 뒤 그 병원에서 나온 수익을 빼돌리는 방식이 주로 사용됩니다.

현행법상 불법인데요. 의료법은 병ㆍ의원 같은 의료기관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와 같은 의료인이나 국가ㆍ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비영리법인 등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사가 아닌 사람도 병원 재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세종병원을 운영하는 효성의료재단의 이사장 손모(56ㆍ구속)씨도 의사가 아닌 물리치료사 출신인데요.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또는 비영리법인의 이사장이 꼭 의사여야 한다는 법은 없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대형 병원인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도 재단 이사장이 각각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둘 다 의사는 아니지만 두 병원이 사무장병원은 아닙니다.

사무장병원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병원 운영으로 생긴 수익을 실질적으로 챙겨가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가령 의사가 아닌 이사장 또는 사무장이 병원 수입의 대부분을 부분을 월급으로 받아 가거나 가족들을 병원에 취업시켜 출근도 안 하면서 꼬박꼬박 월급만 받게 한다면, 이 병원은 비 의료인이 법인을 앞세워 영리 목적으로 병원을 개설한 불법 사무장 병원으로 법원에서 판단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종병원이 사무장병원인지 여부는 병원 수입이 손씨에게 직ㆍ간접적으로 얼마나 흘러 들어갔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 실소유주가 누구든 간에 의사가 진료만 잘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요? 사무장병원은 오직 영리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에 환자의 건강보다는 과잉 진료나 과도한 비급여 진료를 통한 수익 챙기기에 급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사무장병원들은 일반 병원에 비해 항생제 처방률도 20~30%포인트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특히 의료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병원을 세우려면 법인에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돈만 최소 50억원이라고 하니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돈벌이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사무장병원은 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범일 뿐 아니라 환자 건강도 위협하는 셈인데요. 사무장병원을 어떻게 피해가야 할지 건강보험공단의 조언을 들어봤습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병원 간판은 그대로인데 원장이 수시로 바뀌는 곳이라면 사무장병원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합니다. 월급쟁이 원장이다 보니 사무장과 의견 차이 등으로 인해서 원장이 갈리는 일이 많은 건데요. 단골 환자는 잃지 않으려고 병원 이름은 바꾸지 않는다고 합니다.

생협이 만든 병원 가운데, 생협이 만들었다는 사실은 구석에 아주 작게 표시해 최대한 감추고, 겉으로는 일반 의사가 만든 병원처럼 꾸미는 병원 역시 사무장병원일 개연성이 크다고 합니다. 또 자동차 사고 환자 등에게 보험 사기를 부추기는 병원 역시 사무장병원일 수 있다는데요.

사무장병원을 차리는 사람들은 주로 의사가 아닌 의료인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병원 경영의 생리를 잘 아는 물리치료사나 간호사, 방사선기사, 병원 원무과장 출신들이 대다수라고 합니다.

병원의 종류별로는 급성 질환에 걸렸을 때 가는 급성기병원보다는 요양병원이나 한방병원 중 사무장병원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하네요.

사무장병원을 신고해 실제 적발로 이어지면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요. 사무장병원임을뒷받침하는 증거를 첨부해 건강보험공단이나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등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은 내부 고발자의 경우 최대 10억원, 일반 국민에게는 최대 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요. 국민권익위는 최대 30억원의 보상금 또는 최대 2억원의 포상금을 준다고 합니다. 사무장병원임을 입증하려면 병원의 수익이 사무장에게 갔다는 계좌 내역 등 직접 증거가 필요한데요. 하지만 남의 계좌 내역을 일반인이 확보하는 건 어렵기 때문에, 병원 관계자가 보험 사기 등을 권유하는 내용 등을 녹음해 증거로 낼 수 있다고 하네요.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