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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오기(吳起)의 여졸동락(與卒同樂)

입력
2017.08.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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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과 쌍벽을 이룬다는 ‘오자(吳子)병법’의 저자 오기(吳起)를 떠올린 것은 병법 때문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대에서 장군(將軍)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함이다.

오기는 중국의 전국시대 때 사람으로 원래는 위(衛)나라 사람인데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에게서 배움을 익히고 공자의 나라인 노(魯)나라를 섬겼다. 오기의 평생 꿈은 장군이 되는 것이었다. 마침 제(齊)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자 노나라 조정에서는 오기를 장군으로 삼으려 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의 아내가 제나라 여자였다. 이에 오기는 그 자리에서 아내를 죽여 자신은 제나라와 전혀 무관함을 입증했다. 살처구장(殺妻求將), 아내를 죽이면서까지 장수가 되려 했다는 말은 여기서 나왔다. 물론 이건 지금은 말할 것도 없고 그 때로서도 지나친 처사다.

그가 증자를 모시고 배움을 익힐 때의 일이다. 그는 고국 위나라를 떠나오면서 어머니와 작별하며 이렇게 맹세했다. “저는 대신이나 재상이 되기 전에는 다시 위나라로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증자의 밑에 있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도 오기는 위나라로 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도 특히 효행(孝行)에 뛰어났던 증자는 오기를 내쫓아 버렸다.

그런데 위나라와 노나라는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형제 나라다. 그러다 보니 노나라 조정에서는 위나라 출신인 오기를 중용하기를 꺼렸다. 제나라를 물리치는 데 공을 세운 오기로서는 서운했다. 마침 이 무렵 위(魏)나라 문후(文侯)가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에 문후를 섬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문후는 재상 이극(李克)에게 물었다.

“오기는 어떤 사람인가?” “탐욕스럽고 여색을 밝히지만 병사를 다루는 일만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습니다.”

문후는 오기를 받아들였고 오기는 위나라 장군이 되어 강대국 진(秦)나라를 쳐서 성 5개를 무너트렸다. 병법에도 뛰어났지만 장군으로서 병사들을 다루는 법에 그의 승전(勝戰)의 노하우가 숨어 있었다. ‘사기’ 오기열전에서 사마천은 그 노하우를 이렇게 적고 있다.

“오기는 장수가 되자 신분이 가장 낮은 병사들과 똑같이 옷을 입고 밥을 먹었다. 잠을 잘 때에도 자리를 깔지 못하게 하고 행군을 할 때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자기가 먹을 식량은 직접 가지고 다니는 등 병사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었다.”

예나 지금이나 흥망의 비법은 하나다. 리더의 여민동락(與民同樂), 이런 경우는 장군의 여졸동락(與卒同樂)이 되겠다.

한 번은 종기가 난 병사가 있었는데 오기가 직접 입으로 종기를 빨아주었다. 병사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는 소리 내어 울었다. 어떤 사람이 까닭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오공께서 우리 애 아버지의 종기를 빨아준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용감히 싸우다가 적진에서 죽고 말았습니다. 오공이 또 제 자식의 종기를 빨아주었으니 그 아이도 언제 어디서 죽게 될지 모릅니다.”

이를 종기까지 빨아주는 부하사랑이라는 뜻에서 연저지인(吮疽之仁)이라 한다. 그 어머니의 눈물은 걱정이지 한스러움은 아니었을 것이다. 지금 장군들에게 우리 국민들이 이런 높은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저 제발 무기 도입하며 돈 빼돌리지 말고 정상적인 군대를 유지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수세에 몰린 지금 우리 군의 사기(士氣)만이라도 장군들이 지켜줬으면 한다. 어떤 4성 장군 아내의 충격적 갑질은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핵무기보다 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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