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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버렸는데” “가짜 뉴스인줄 알았다” 수험생들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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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버렸는데” “가짜 뉴스인줄 알았다” 수험생들 멘붕

입력
2017.11.15 21:3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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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만에 입장 번복하다니”

교육부에 불만 터뜨리기도

포항 등 영남 수험생들은 안도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수능 연기 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2017.11.15 포항=연합뉴스
15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포항고에서 학교 관계자들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수능 연기 발표 방송을 보고 있다. 2017.11.15 포항=연합뉴스

15일 포항 강진에 따른 사상 초유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연기로 수험생들은 대혼란에 빠졌다. 특히 오후만해도 “수능을 예정대로 시행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온 교육부가 시험 시작을 불과 12시간여 앞두고 뒤늦게 뒤집은 것이어서 충격이 더 컸다.

수험생들은 5시간 만에 입장을 바꾼 교육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수험생 김모(18)군은 “교육부 대처가 대책 없이 성급하다”라며 “수능 이후 논술 등 대입 일정이 줄줄이 더 꼬일 텐데 수능 전날 한밤중에 입장을 뒤집어서 오히려 수험생 혼란을 더 부추기고 있다”고 불평했다. 수험생 박모(18)양은 “밥을 먹고 바로 잠자리에 들려고 했는데 조금이라도 일찍 잠들었다면 연기된 사실을 아예 모를뻔했다”며 “당장 이번 주에 경희대 논술시험이 있는데 수능만 연기된 건지, 수시 일정은 그대로 진행되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속상해했다.

재수생 이모(19)씨는 “마지막 정리하고 나오려는데 기사가 떠서 아직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다”라며 “분명 작년 수능을 치를 땐 며칠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남은 일주일 뭘 더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고교생들이 주로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우리 학교 고3들은 다같이 책을 버렸다, 쓰레기차가 다 가져갔는데 앞으로 일주일 어떡하나"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등 하소연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수능 일정이 바뀌면서 시험 자체를 못 보게 될 처지에 놓인 수험생도 있다. 대학생 장모(23)씨는 “군인인 지인 동생이 수능을 다시 보려고 휴가 일정을 일부러 맞춰놨는데 일정이 바뀌면서 수능을 아예 못 보게 됐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시험 후 해외여행을 가려고 항공편과 숙박 등을 예약해 놓은 수험생과 가족들은 “이게 무슨 일이냐”고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교육부가 갑자기 입장을 뒤바꾼 만큼 연기 소식을 듣지 못했거나 믿지 못하는 수험생도 많았다. 제주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재수생 김모(19)씨는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라며 “주변에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다들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삼수생 장모(20)씨는 “수능 전까지 휴대폰을 안 쓸 것 같아서 휴대폰을 아예 학원 선생님께 맡겼다”라며 “주변에서 알려주지 않았으면 아예 연기된 사실을 모르고 잘 뻔했다”고 했다.

학교와 학원가도 초비상이다. 재수생 이모(19)씨는 “수능 연기 소식을 듣고 학원 선생님께 전화했더니 선생님도 지금에야 알았다며 일단 학원으로 오라고 해 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신촌메가스터디는 모든 학생에게 문자로 ‘수능 연기’ 사실을 알리며 수능이 연기된 1주일 동안 자율학습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수능 연기로 당장 입시 일정에 차질을 빚은 대학가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고려대 관계자는 “밤이 늦어 당장 수시 일정에 대해 논할 계획은 없다”라며 “다만 수시 일정이 수능 일정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16일 오전 회의를 열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들 마음대로 미루고 결정할 수 있는 게 없어 교육부 발표를 보고 일정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라며 “수능점수 발표가 일주일 미뤄지니까 정시 일정도 변경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일선 초중고교 역시 혼란에 빠졌다. 시험장으로 지정됐던 학교는 휴교를, 다른 학교는 오전 10시 등교를 당초대로 진행토록 했으나, ‘정상 등교’ 문자를 밤늦게 보낸 학교도 있었다. 초등 4학년 아들을 둔 김모(40)씨는 “아이 학교는 수능 연기에도 임시 휴교를 한다고 해서 함께 있을 예정”이라며 “비정규직이라 어렵게 16일 하루 휴가를 냈는데, 다음 주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포항 등 영남 지역 수험생과 학부모는 교육부 조치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포항의 한 수험생은 “공포와 불안을 생각하면 포항과 근처 지역 학생들에게 16일 시험 강행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부산의 학부모 김모(52)씨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도 여진이 며칠간 지속된 걸 감안하면 혹여 불상사가 났을 때 누가 감당했을 것이냐”라며 “전부 다 같이 연기한 게 다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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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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