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랑으로 판결난 40대男 ‘여중생 성폭행’

알림

사랑으로 판결난 40대男 ‘여중생 성폭행’

입력
2017.11.09 15:32
11면
0 0

대법, 기획사 대표 무죄 확정

피해자가 보낸 편지, 카톡 문자

연인 관계 입증할 증거로 인정

시민-여성단체들 거센 반발

“피해 아동 관점 배제된 판결”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연예기획사 대표에게 대법원이 5번의 재판 끝에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 사건은 40대 이혼 남성의 파렴치한 성폭행인지, 40대와 미성년 연인간의 사랑인지를 두고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9일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모(48)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 2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해 중형을 선고했지만, 2014년 대법원은 피해자와 연인관계라는 기획사 대표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조씨는 이후 파기환송 재판과 대법원 판결을 걸쳐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조씨는 2011년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만난 A양(당시 15세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2013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1, 2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각각 징역 12년과 징역 9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조씨는 연인 사이에서 이루어진 성관계라며 범행을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A양 진술이 비교적 일관되고 구체적이라 신빙성이 높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학생인 A양이 자신의 부모 또래이자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조씨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했다는 것은 믿을 수 없고, A양이 조씨의 갑작스러운 강간 시도에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A양이 조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편지 등을 근거로 “A양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고, 2015년 10월 하급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있던 동안 A양이 ‘사랑한다’는 취지로 작성한 편지와 그에 앞서 조씨에게 보낸 유사한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근거로 A양을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이후 검찰이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성폭행 피해자인 A양의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는 시민 7,157명의 서명지를 대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40여개 여성사회단체로 구성된 ‘연예기획사 대표에 의한 청소년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공대위)’는 “파기환송심에 제출된 조씨와 A양의 구치소 면회 녹취록 내용에 비춰볼 때 법원이 무죄 판단의 유력한 근거로 삼았던 A양 편지가 조씨의 강요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피해 아동의 관점이 배제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