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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팬심'에 정부 서훈 기준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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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팬심'에 정부 서훈 기준 오락가락

입력
2014.03.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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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인의 사기 진작과 국민 정서를 감안해 서훈 기준 조정을 검토하겠다.'

올해부터 체육훈장 수여 기준이 강화돼 피겨여왕 김연아가 최고 훈장인 청룡장을 받지 못한다는 보도가 쏟아진 14일 안전행정부는 이런 설명자료를 냈다. '피겨퀸도 못 받는 청룡장을 누가 받겠는가', '소치 편파 판정에 이어 연아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등 여론의 화살이 훈장 수여를 최종 결정하는 안행부를 겨냥하자 부랴부랴 입장을 밝힌 것이다.

안행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2010년 개정해 올해 시행한 체육훈장 서훈 기준에 따르면 청룡장의 기준 점수는 1,000점에서 1,500점(올림픽 기준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으로 올랐다. 이에 따라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소치에서 은메달에 그친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메달을 다 합해도 76점이 모자라 2등급 훈장인 맹호장에 머문다는 게 체육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규정으로도 김연아는 청룡장을 받을 수 있다. 문화부에 확인 결과, '점수가 기준에 못 미쳐도 특별한 기여가 있으면 훈격을 상향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피겨 불모지에서 활약한 김연아는 청룡장을 받을 자격이 된다.

문제는 안행부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마냥 너무 쉽게 규정 재검토를 천명한 것이다. 1973년 시행된 체육훈장은 초기만 해도 희소가치가 높았지만 88올림픽 이후 국제대회 참가가 늘면서 대상자가 급증해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문화계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 지금까지 체육훈장 수훈자는 4,770여명으로 시행 시기가 같은 문화훈장(1,160여명)의 4배를 넘는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4년 전 관련 기준을 강화한 안행부가 시행 석 달 만에 스스로 그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서훈 기준을 예전으로 되돌리려는 체육계가 '김연아 팬심'에 기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려는 건 아닌지도 짚어봐야 한다. 맹호장이면 어떤가. 김연아가 '청룡장 불발'에 직접 서운함을 내비친 것도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지난 주 맹호장을 받으면서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훈장의 품격은 룰을 지켜 나갈 때 생기는 것이다.

정승임 사회부 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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