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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메르스 과잉보도?

입력
2015.06.1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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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대전 서구 대청병원 1층 로비에서 방역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가 의자에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발생 병원인 대청병원에는 이날 현재 77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격리돼 있다. 연합뉴스
12일 대전 서구 대청병원 1층 로비에서 방역복을 입은 병원 관계자가 의자에 앉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발생 병원인 대청병원에는 이날 현재 77명의 환자와 보호자가 격리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한지 한 달 가까이 되었다. 감염자가 발생한 당시 우연히 일본에 있었는데 뉴스를 보고 심각한 사태가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이런 뉴스는 지나치게 보도되는 경우가 많다. 보건 당국이 환자가 다닌 의료기관 등 감염경로를 확실히 밝히지 않아 감염자가 늘고 있으며 뉴스영상에는 마스크를 한 모습의 사람들만 비치고 있어 공포심을 부채질했다.

1980년대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때 한국의 뉴스를 일본에서 보면 마치 전쟁터와 다름이 없는 광경들이었다. 1989년에 한국어 공부를 위해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입학한 나는 거의 매일 교문 앞에서 시위를 직접 목격했다. 교문 앞에는 전투경찰들이 뉴스영상에서처럼 나란히 정렬해 학생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연히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고 길 건너편 카페에서 미팅도 하고 소주를 마시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그것을 확신했다.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인들은 얼마 안 되는 것 같았다. 공항에서 집까지 가는 시내버스에도 마스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몇 명 안되었다. 역시 과잉보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한국의 메르스 감염자 증가에 대해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일본 언론이 명동에서 인터뷰한 일본인 관광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하고 있었고 “식구들이 걱정했지만 (한국에)오고 싶어서 왔다” “수저를 소독해 사용하고 있다”며 나름대로 메르스에 대한 대응을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런 것들만 보여주면 한국에 놀러 오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 것이 당연하다. 감염자가 병원 내에서 발생했다는 보도를 하고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그림자를 심리적으로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일련의 메르스 보도를 봐도 의문이 든다. 1차 감염자가 입국한지 10일 가까이 감염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보건 당국에 문제가 있는 것은 맞다. 중동에서 메르스가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설마 우리 국민이 감염될 줄이야 꿈도 못 꿨을 것이며, 그 때문에 중동으로부터 입국자를 파악해도 신경을 안 쓴 것이다. 사실 한국뿐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에서도 메르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들 경우는 입국 때부터 증상이 있었고 중동에서 온 사람들이라 보건 당국이 바로 격리 조치를 해서 국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한국의 보건 당국이 메르스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도 문제이지만 한국인들이 메르스에 대한 지식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격리 대상자들이 제3자와 만나 감염이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감염자 중에 감기 증상 정도밖에 안되거나 아예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만 탓하는 듯한 보도에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만일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어떨까? 아마도 한국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 보도에 의하면 메르스 환자 발생시 감염자를 다른 지역에 이송하지 않고 그 지역 지정의료기관에 격리시킬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결국 이런 대책도 한국이라는 이웃 나라에서 메르스가 발생했기 때문에 일본정부가 바짝 긴장해서 나온 것일 뿐이고, 그렇지 않으면 감염자 발생 전의 한국과 마찬가지로 진지한 대책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르스가 중동지역에서 발생한지 아직 3년밖에 안 되었다. 한국 정부를 불신하고 정권 비판에만 초점을 두어 보도할 경우 국민의 관심이 치우칠 수 있다. 이럴 경우 제대로 된 메르스 대책을 세우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지나친 보도 역시 마찬가지다. 메르스 정보를 주시하면서도 불안증에 사로잡히지 않은 마스크 안 쓴 사람들의 의견도 다뤄 독자와 시청자들이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쓰치다 마키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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