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盧 추징금 논란 시기… 비자금 은닉 의혹
한국인 195명 명단도 확인 파장 예고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51)씨가 2012년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3개의 페이퍼 컴퍼니(서류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노 전 대통령 추징금 납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벌어지던 시기여서 비자금 은닉용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조세회피처 자료에선 한국인 195명의 명단도 확인돼 추가 파장도 예상된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4일 서울 중구 성공회빌딩에서 1,150만건에 달하는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를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파나마의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 내부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노재헌씨가 2012년 5월 18일 버진아일랜드에 3개의 회사를 설립해 스스로 주주 겸 이사에 취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3개 회사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였다.
뉴스타파는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도와 관련, “설립 당시는 노 전 대통령이 추징금 230억원을 남겨두고 납부를 중단한 시기였고, 노씨가 이혼소송에 연루돼 재산이 공개돼야 했던 상황이었다”며 “비자금 은닉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씨는 “중국 사업을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으나 사업진행이 안 돼 계좌 개설도 하지 않았고 비자금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뉴스타파는 또 “유출된 자료에 ‘KOREA’로 검색되는 파일은 모두 1만5,000여건이고 이 중 한국 주소지를 기재한 한국인 195명을 찾아냈다”며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이번 주 내로 2차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공개된 모색 폰세카 1977~2015년 내부자료에는 해외 유명 인사의 이름도 가득했다. 자료엔 시그뮌뒤르 다비드 귄뢰이그손 아이슬란드 총리와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등 전ㆍ현직 정상 12명의 거래 내역이 담겨 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리오넬 메시 등 축구계 인사들과 홍콩 출신 배우 청룽(成龍)도 모색 폰세카의 도움을 받아 탈세를 저지르거나 유령회사를 설립한 유명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매형,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선친, 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딸,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자녀들도 명단에 담겨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탈세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과 호주 등은 관련자 세무조사 방침을 밝혔고 현직 총리가 연루된 아이슬란드에서는 총리 사임 요구가 확산되는 등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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