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은영 기자

등록 : 2017.03.21 13:59

한석규 "신인 감독의 열정에 끌려요"

악역 맡은 '프리즌'에서도 신인 감독과 호흡

등록 : 2017.03.21 13:59

한석규는 “제가 출연했던 영화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건 ‘8월의 크리스마스’다”라며 “80점 정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시나리오 작가의 애환을 아세요?” 배우 한석규(53)는 인터뷰 잡기 어려운 배우다. 언제부턴가 한석규는 언론을 멀리했다. 3년 전 영화 ‘상의원’이나 지난해 SBS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를 마치고도 인터뷰를 피했다.

그런데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걸까. 그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즌’을 알리기 위해 오랜 만에 언론과 마주했다.

하지만 그를 만나는 데는 제약이 뒤따랐다. 배우들은 보통 2, 3일간 인터뷰 일정을 잡는 반면, 그는 오직 17일 단 하루만 시간을 냈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전 10시 시작한 인터뷰에는 무려 20명의 기자가 모였다. 마이크를 들고 질문할 수밖에 없는 꽤 큰 규모의 자리였다.

어수선한 상황인데 그의 입에서 난데없이 시나리오 작가의 어려움을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프리즌’의 나현 감독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었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2012) ‘마이웨이’(201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화려한 휴가’(2007) ‘목포는 항구다’(2004) 등의 각본을 쓴 나 감독은 ‘프리즌’이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3년 전쯤 ‘상의원’을 촬영할 때 나 감독이 찾아왔어요. 영화를 하나 하는데 같이 하자고요. 그 당시에는 ‘프리즌’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지 않았을 때죠. 그래도 저를 찾아와 준 게 고맙더라고요.”

한석규는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다 감독으로 데뷔하는 게 “참 힘들다”며 나 감독의 열정을 높이 샀다. 한석규는 충무로에서 ‘신인 감독과 작업하는 배우’로 이름이 나있다. 1990년대 MBC드라마 ‘아들과 딸’ ‘서울의 달’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은 그가 충무로에 입성할 때 택한 ‘닥터 봉’(1995)도 이광훈 감독의 첫 영화였다. 한석규의 주연 영화 대부분이 그랬다. ‘은행나무 침대’(1996)의 강제규 감독, ‘초록물고기’(1997)의 이창동 감독, ‘8월의 크리스마스’(1998)의 허진호 감독 등은 한석규와 장편 데뷔작을 찍었다. 지금은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을 번쩍 뜨이게 할 감독이 된 이들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90년대 한국영화 전성기를 이끈 한석규였다. 20년이 지난 지금이라고 다를까. 강제규 이창동 감독 등이 각본으로 먼저 영화계에 데뷔해 어렵게 감독이 되는 모습을 지켜본 그로서는 나 감독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석규는 영화 ‘프리즌’에서 교도소 안팎을 자유롭게 드나들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권력자 정익호를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그런 점에서 ‘프리즌’은 나 감독과 한석규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교도소에서 절대 악으로 군림하며 바깥 세상까지 좌지우지하는 권력자 정익호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한석규의 힘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 익호는 자유자재로 감옥 안팎을 드나들며 살인 교사와 살인 등 악행을 서슴지 않는다. 그는 “TV 다큐멘터리에서 수컷 하이에나를 보며 캐릭터를 잡아갔다”고 했다. “모계사회에서 천덕꾸러기 신세인 수컷 하이에나가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살점이 너덜너덜 해질 때까지 싸우며 기웃거리는” 모습이 그의 가슴에 와 닿았다. “저게 익호다!”며 무릎을 쳤단다. “그 동안 보여지지 않았던 한석규의 악한 면모를 드러내고 싶었다”는 나 감독의 의도와 어느 정도 상통한 셈이다. “나 감독에게 고마워요. 익호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많이 많다고 느꼈죠.”

신인 감독들과의 작업을 선호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는 듯했다. 베테랑 감독과는 달리 솔직하게 고민을 터놓고, 배우와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순수함에 끌렸을지도 모른다. 한석규는 “그들의 열정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연기 경력 30년인 그에게도 연기는 여전히 숙제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되든 안 되든 무대에 계속 서며 진짜를 얘기하고 싶다”며 “아직 한국영화에서 못 해본 게 더 많다”고도 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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