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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민족주의는 저도 어쩌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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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민족주의는 저도 어쩌지 못해요”

입력
2017.07.13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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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 기자간담회에서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정동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 기자간담회에서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정적 애착을 가지는 대상,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신화적인 얘기만 나오면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멈춰 세우는 것 같아요. 마치 두뇌가 철컹 닫혀버리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13일 유발 하라리(41)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이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려 철컥 닫는 포즈를 취해 보였다. 하라리는 인류의 과거와 미래에 대한 빅 히스토리를 맛깔나게 풀어낸 책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저자다. 국내에서도 이 두 책은 각각 39만부, 9만5,000부가 팔렸다.

이날 서울 정동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하라리는 진보적 색깔의 서구 사회 명사들에게 호소력이 있을 만한 말들을 잘 다듬어 내놨다. 가령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의 발달에 대해서는 경제적 계급이 아니라 ‘생물학적 계급’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시장과 기업에 이 문제를 맡겨버리는 것보다 어느 정도 정부와 국민의 개입과 통제를 허용하되 그 개입은 “무지와 공포가 아니라 이해에 기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와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해서도 노동집약적 산업에 집중하고 있는 후진국에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 전망하면서 글로벌한 관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AI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강한 AI’보다 ‘약한 AI’의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 “로봇 반란을 걱정하는 것보다 사회적 불평등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AI로 인해 현대 사회의 근간이랄 수 있는 대중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릴 위험을 경고했다.

과학적ㆍ합리적 사고방식을 이처럼 강조하는 하라리지만, 이스라엘의 민족주의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유대인은 예루살렘이 영원한 이스라엘의 수도라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협상이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한다”면서 “그러나 예루살렘의 역사는 기껏해야 4,000년, 유대인의 역사도 길어야 3,000년인데 영원하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얘기만 하면 다들 머리를 닫아버린다”며 웃었다. 이슬람국가(IS)로 상징되는 이슬람 테러 위협과 이에 대한 미국의 대응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하라리는 “지금 중동을 파괴하고 있는 것은 IS나 알 카에다의 테러가 아니라 테러에 대한 우리의 과민반응”이라며 “테러리즘에 포획된 우리의 상상력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앞으로의 시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지식이 쌓이면서 가능성의 폭이 커졌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요. 아무도 미래는 이럴 것이다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러니 구체적 지식보다는 정신적 균형과 유연성을 길러보는 건 어떨까요.”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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