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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준 기자

등록 : 2018.05.13 13:02
수정 : 2018.05.13 18:19

빗줄기 속 4만5000명의 ‘떼창 댄스’

등록 : 2018.05.13 13:02
수정 : 2018.05.13 18:19

조용필 데뷔 50돌 공연 ‘땡스투유’

노래 나오자 조건반사처럼 “꺅”

중년 관객들, 청춘의 기억 곱씹어

반세기를 ‘국민가수’로 산 조용필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연 공연에서 “노래를 다 못 들려드려 죄송”하다며 “다하려면 사흘 동안 공연해야 해서 고려 중”이라고 농담했다.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제공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주경기장) 2층. 우비를 입은 배은심(68)씨는 주름진 두 손을 꼭 쥔 채로 가수 조용필의 무대를 지켜봤다.“기도하는~”. 노래 ‘비련’이 흐르자 배 씨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객석에선 조건반사처럼 “꺅” 함성이 쏟아졌다. 공연장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고, ‘은빛’ 관객들은 다시 청춘이 돼 추억을 곱씹었다.

쏟아지는 비도 ‘영원한 오빠’를 향한 관객들의 열정을 막지 못했다. 조용필 데뷔 50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는 빗속의 댄스장이 됐다. ‘모나리자’ 등 흥겨운 노래가 퍼지자 우비를 입은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몸을 흔들었다. 마주 보며 춤을 추는 부부도 있었다.

‘창밖의 여자’부터 ‘헬로’까지. 셀 수 없이 쏟아지는 히트곡 향연에 4만 5,000여 관객의 ‘떼창’은 공연 시간 140여 분 동안 계속됐다.

조용필은 대형 공연을 위해 2011년 제작한 움직이는 무대('무빙 스테이지')를 활용해 관객들이 더 가까이 다가 올 수 있도록 했다. 양승준 기자

관객 대부분은 40대 이상이었다. 자식들이 표를 구해줘 ‘효도 공연’을 즐기러 온 관객도 많았다. 김옥순(63)씨는 “아들이 앞으로 이렇게 큰 조용필 공연은 보기 어려울 수 있다며 표를 구해줘 올케와 같이 왔다”며 웃었다. 조용필 사진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친구와 공연을 즐긴 오연숙(52)씨는 “비가 와서 더 흥분됐고 빗소리가 공연에 낭만을 줬다”며 벅차했다.

이렇게 많은 중년이 모일 수 있는 공연이 있을까. 주경기장엔 ‘사랑해요 용필 오빠! 함께해요 영원히’ ‘햇살처럼 스며들었습니다. 내 삶에 깃든 당신’이란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1968년 록밴드 앳킨스에서 음악을 시작해 50년 동안 ‘국민 가수’로 산 조용필이라 가능했던 풍경이었다.

팬들 앞에선 ‘가왕’도 장난꾸러기가 됐다. “할아버지, 오빠, 형 딱히 제 호칭을 통일할 비책이 없다”며 관객들에게 농담을 건넨 조용필은 “무대가 너무 편하다. 전 평생 ‘딴따라’인 것 같다”며 공연의 흥을 돋웠다. 조용필은 관객과 함께 비를 맞으며 노래했다. 조용필이 “계속 날씨 좋다가 미치겠다”며 아쉬워한 건 “지겨운 비” 하나였다. 조용필은 주경기장에서 일곱 번 공연했는데 이 중 세 번은 공연 내내 비가 왔다. 2003년 ‘35주년 기념 공연’과 2005년 전국 순회 공연 ‘필 앤드 피스’로 이어진 악연이었다.

지난 12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데뷔 50년 기념 공연 '땡스 투 유' 객석 모습. 악천후에도 객석은 빼곡하게 찼다. 양승준 기자

변함없는 열정을 보여준 관객처럼 조용필의 공연에도 세월의 이끼는 끼지 않았다. 조용필은 “니가 있었기에”란 후렴구가 인상적인 음악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땡스 투 유’란 공연 주제에 맞춰 준비한 노래였다. 조용필은 “올해 들어 몸이 좀 안 좋았다”고 했지만, 민요 ‘간양록’을 허리 굽혀 토해낸 그의 절창은 여전했다. 공연 연출의 실험도 돋보였다. 조용필이 ‘한오백년’을 부를 때 무대 대형 LED 스크린엔 광활한 우주의 영상이 펼쳐져 곡에 서린 한의 여운을 더했다. 이날 공연장엔 조용필의 중학교 동창인 배우 안성기를 비롯해 지난달 평양 공연을 함께 다녀온 가수 이선희, 윤도현 등이 비를 맞으며 참석, 조용필의 무대를 지켜봤다. 두 번째 앙코르곡 ‘바운스’가 끝나고 관객들이 떠난 공연장엔 무한 반복을 뜻하는 뫼비우스 모양을 한 숫자 ‘50’의 조형물이 여전히 빛나고 있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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