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드 배치 시급” 서두르자 외교라인서 중국 고려 제동, 혼선 자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하기 위한 한미 양국간 첫 실무회의가 늦춰지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맞서려면 사드 배치가 시급하다는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사드가 결국 대북제재에 중국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적 카드인 것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미국과 중국이 강력한 수준의 대북제재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극구 반대하는 사드 배치 문제를 먼저 치고 나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드의 군사적 필요성 보다는 사드 배치에 따른 외교 전략적 고려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 소식통은 “한미 공동실무단의 첫 회의를 안보리 결의안 채택시점과 보조를 맞춰 늦추는 방안이 좀더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정부의 다른 소식통은 “이번 주말쯤 미중 양국의 합의안이 나오면 다음주 초에 안보리 결의안을 채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드 실무단 첫 회의는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3주 이상 걸리는 셈이다.
반면 국방부는 사드 배치를 서두르다 혼선을 자초하는 모습이다. 국방부는 7일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발사 5시간 만에 “미국과 사드 배치를 공식 협의한다”고 신속하게 발표한 데 이어, 고위관계자가 12일 “사드 배치에 주변국의 입장을 고려하는 건 군사적이지 못하다”며 중국을 겨냥하는 듯한 공세적인 태도를 취했다. 특히 국방부는 지난주 초(15~16일) 실무단 첫 회의가 열릴 것으로 자신하며 당장이라도 사드를 배치할 것처럼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 내 외교라인에서 제동을 걸면서 국방부는 마지못해 속도를 조절하는 모양새다. 문상균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도 “실무단 구성과 운영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면 알려드릴 것”이라며 며칠째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군 고위관계자는 “좀더 기다려달라”고 말을 아꼈다.
앞서 앤토니 블링큰 미 국무부 부장관은 17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안보리 대북제재에 중국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며 “사드 배치를 놓고 한미 양국이 실질적 협의에 착수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사드 배치 문제가 공론화된 것만으로도 중국을 압박하는 성과를 상당 부분 거뒀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만 강조하는 우리 국방부의 입장과 온도 차가 적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구성될 한미 공동실무단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부지 선정과 비용부담, 인체에 유해한 레이더 전자파와 환경오염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을 다룰 예정이다. 사드 배치가 초읽기에 들어가는 셈이어서 중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국방부는 “24~26일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TTX)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TTX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발사가 임박한 상황을 가정해 선제타격과 미군 핵전력의 한반도 전개를 포함한 군사ㆍ외교적 대응절차를 숙달하고 토의하는 자리로, 지난해 4월 한미 억제전략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 열린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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